정부 안팎에서 가계부채 폭증세에 대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지만 아직 지표상으로 명확히 드러나진 않고 있다. 오히려 지표만 본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이를 풍부한 유동성, 정부 지원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본다. 초저신용자의 부실이 현실화한다면, 부동산 시장이 침체 반전된다면, 급격한 글로벌 금리 인상기가 도래한다면 화약고가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와 막대한 부채량 자체가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일보가 3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나이스평가정보의 신용점수별 현황에 따르면 전체 금융채무 불이행자 수는 2018년 84만528명에서 지난 6월 기준 65만6495명으로 21.9% 감소했다. 저신용자 비중은 비슷했지만 중·고신용자 수가 많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전체 소비자의 신용점수별 분포를 보면 고신용자 비율이 늘고 저신용자는 줄었다. 같은 기간 900점 이상 대상자는 697만2164만명에서 808만8779명으로 16.0% 증가했다. 반면 400점대는 9만여명에서 약 5만명으로, 300점대는 119만여명에서 102만여명으로, 200점대는 22만여명에서 15만여명으로, 100점대는 1만여명에서 4000여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전반적인 점수분포가 상향된 것이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2018년 7월 0.27%에서 지난 7월(잠정) 0.18%로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지표는 호전됐다.
그러나 당국 관계자는 “연체율은 모수(전체 가계대출액)가 급증하면서 연체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착시가 있고, 후행지표다 보니 만기 시점이 와야 정확한 연체율이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풍부한 유동성, 정부 정책금융 지원 탓에 연체율은 낮아 보이고, 전체 신용점수는 상향되는 경향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현장에서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부정적 지표는 찾기 어렵지만 문제가 잠복해 있다는 건 공통된 평가다. 중요한 건 전체 가계부채의 속도와 볼륨(총량)”이라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가파르게 총량이 급증하는 게 문제”라고 평가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6년 87.3%에서 지난해 100%를 넘어선 뒤 지난 1분기 105%를 기록했다. 이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스위스(133%), 호주(123%), 캐나다(109%)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다. 같은 기간 주요 5개국(G5)은 66.1%에서 72.5%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쳐 증가 속도도 남다르다. 당국 관계자는 “지금 나오는 수치들은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금리 인상이 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각도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조민아 김지훈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