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유동규 전격 체포 ‘녹취파일’ 진위 추궁

입력 2021-10-02 04:00

검찰 출석을 미뤄오던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인 유동규(사진)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체포됐다. 검찰은 개발 이익 되돌리기 정황이 담긴 ‘정영학 녹취파일’을 중심으로 관련자들을 신속히 소환하며 대장동 개발사업에 얽힌 의혹 전모를 밝힐 방침이다. 경찰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주요 관계자 8명을 출국금지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1일 오전 9시26분 한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유 전 본부장을 체포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찰 출석에 응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우려가 있다고 판단,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법조계는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 증거인멸 시도로 보이는 행동을 했고, 전날 검찰의 출석 통보에 불응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민간사업자 측으로부터 리베이트 성격의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를 우선 추궁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강제수사 착수 직전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제출받은 녹취파일 자료에는 유 전 본부장 등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에 대한 돈 전달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수억 단위로 여러 차례 금품이 건너간 정황이 있다(국민일보 9월 30일자 1면 보도).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유원홀딩스’라는 법인 설립에 관여했는지, 해당 법인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녹취파일들 속에서는 유원홀딩스가 돈세탁 목적의 유령회사 성격이었다는 내용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인은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지침 마련과 사업자 선정에 관여한 정모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데, ‘유원’이 곧 유 전 본부장을 지칭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다만 압수수색 당시에는 사무실이 비어 있었다고 한다.

압수물 분석 작업과 동시에 주요 관계자 소환이 시작됐고 유 전 본부장을 체포까지 한 것은 검찰 수사의 속도감을 방증한다. 법조계는 수사 초기 정영학 녹취파일이라는 ‘스모킹 건’을 만난 결과라고 본다. 검찰은 한편으로는 자료 신빙성을 면밀하게 검증하고 있다. 다양한 인물이 거론되지만 돈 전달 정황 등이 일종의 전문(傳聞)이기 때문이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제보의 성격도 고려하면서 신중한 수사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경기 성남시 기흥구 자택을 나서며 언론 취재진을 만나 본인에 대한 의혹들을 모두 부인했었다. 화천대유는 이날 “녹취록은 과장된 사실들이며, 자금 흐름을 빠짐없이 규명한다면 객관적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검찰은 사업 자체가 애초부터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설계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규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 전 본부장 이외에도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했던 이들을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하는 모양새다. 경찰의 출국금지 대상에는 유 전 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등이 포함됐다.

박성영 김판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