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분있는 인사 있다”… 여야 ‘대장동 리스트 전쟁’

입력 2021-10-01 00:05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에 대한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에 연루됐다는 인사들의 실명이 적힌 리스트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여야는 서로 상대방 인사들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면서 ‘리스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기 편 인사들의 이름이 갑자기 튀어나올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장지구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은 크게 세 부류다. 첫째는 정치권 인사고, 둘째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법조계 인사들이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친분이 있는 인사의 실명도 거론된다.

정치권에서 돌고 있는 리스트와 별개로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리스트도 있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사들의 실명이다. 이른바 ‘정영학 리스트’다.

대장지구 리스트의 진위 여부는 아직 파악하기 힘들다. 그러나 검찰 수사 또는 향후 있을지 모를 특검 수사를 통해 어떤 인물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대선 정국은 크게 요동칠 것이 확실시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K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봤다는 리스트와 관련해 “그 안에 솔직히 말하면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이름도 있었고, 권순일 전 대법관 이름도 있었다”면서 “또 다른 이재명 지사와 친분이 있다고 하는 인사의 이름도 있었고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이름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 대법관과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의 자문을 맡은 인사들이다.

이 대표는 곽 의원을 제외하고는 야당 인사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서너 명의 이름이 더 있다고 했는데,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그걸 ‘국민의힘 인사가 서너 명 더 있다’는 식으로 받아서 속된 말로 똥볼을 찼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런 명단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또 ‘정영학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10여명의 이름과 직함이 담긴 명단이 다양한 버전으로 퍼졌다. 정 회계사와 대장동 의혹 핵심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에서 이들이 ‘챙겨줘야 한다’고 표현했던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인 것으로 추정된다.

야권은 또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경기도 관계자 및 이 지사와 가까운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내에선 정 회계사 녹취록과 사진 자료들을 확보한 인사가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2일 계좌추적 대상으로 15인을 거론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 누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으로부터 매입한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을 찾아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반면 여권은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국민의힘 연루의혹 인사를 공개하지 않는 이준석 대표를 비판했다. 이재명캠프 총괄선대본부장 박주민 의원은 “야권 정치인이 서너명 더 있다고 얘기가 되고 있고 이 대표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며 “어떤 정치인이 관여돼 있고 어떤 제보를 받았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설정보지에 떠도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정보를 이 대표가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이 대표가 여권인사 로비 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그 출처가 고작 사설정보지라니 과연 공당의 대표가 언급할 수준의 발언인지 눈을 씻고 다시 확인해야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상헌 정현수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