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찬민(사진) 의원이 경기도 용인시장 시절인 2014년 7월 친분 있던 부동산 중개업자 정모씨를 시장실로 불러서 했다는 말이다. 시장이 지닌 부동산 개발사업 인허가권을 무기로 개발예정부지 일부를 헐값에 차명으로 사들인 뒤 차익을 노리는 투기 시나리오는 이렇게 시작된 것으로 검찰은 본다.
이 내용은 국민일보가 30일 국회에서 입수한 정 의원 구속영장에 등장한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병문)는 지난 1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국회는 지난 29일 정 의원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역할’을 제안받은 정씨는 주택개발업체 H사 대표 송모씨를 만나 “인허가를 받아서 개발해야 할 것 아니냐. 보라동 ○○번지를 시세보다 싸게 넘기시라”며 지시받은 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송씨는 2016년 2월 개발예정부지 일부를 정 의원의 친형에게 파는 계약을 체결했다. 은행대출금 5억원에 대한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던 시가 8억9000여만원 상당의 988㎡ 규모 땅이 1억9000여만원에 거래됐다. 송씨는 토지 취등록세 880여만원도 대납했다.
이후에도 정 의원은 도로와 연결된 부지 등을 지목하며 “여기는 평당 100만원이면 되잖아”라며 차명 매입을 지시했다고 정씨는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송씨는 2017년 2월까지 정 의원 지인 앞으로 개발예정부지 중 4필지(2748㎡)를 시세보다 싸게 넘기고, 관련 세금도 냈다는 게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검찰은 정 의원이 이런 제삼자 뇌물수수 방식으로 모두 4억62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계산했다. 송씨는 개발부지 일부가 떼어져나가면서 시에 개발 설계변경 요청을 해야 했다고 구속영장에 나와 있다.
대신 H사는 개발 인허가 신청 접수 13일(공휴일 제외) 만에 통과되는 특혜를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시장실에서 신속 처리를 재촉했다는 공무원들의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정 의원의 구속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올 상반기 ‘LH 사태’를 거론하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정부와 공직사회에 상당한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또 “(고위 공직자의 불법 행위는) 특히 청년세대들에게 공정과 상실이 반칙이나 각종 편법·불법을 이길 수 없다는 무력감까지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뇌물을 요구하거나 인허가 과정에 개입한 적이 없으며, 문제의 부동산 거래는 자신과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한 신상발언에서도 “제 억울함과 결백함을 밝히고 당당히 여러분 앞에 다시 서겠다”고 했다.
정 의원 측은 “송씨가 취등록세를 낸 것은 해당 부지를 담보로 대출받기 위해 자진해서 한 행동이었다”며 “개발업자 등이 본인들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다음 주 중 결정될 예정이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