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잔치’ 설계에 외부 검은손 있었나… 관건은 자금 종착지

입력 2021-09-30 04:02
성남시에 위치한 유원홀딩스 사무실 문앞 모습. 검찰은 29일 유원홀딩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사무실은 비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영 기자

이른바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의 쟁점은 화천대유 등이 거액을 챙길 수 있게 사업이 설계되는 과정에 외부개입이나 금품 로비 등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사업이 진행됐던 만큼 화천대유 선정 과정 등에 이 지사가 개입했는지도 관건이다. 검찰은 개발 수익 자금 일부가 전직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 등에게 전달됐다는 내용의 녹취록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화천대유 등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자 정영학 회계사 측이 제출한 녹취록 10여개에 대한 분석에 돌입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지휘했던 핵심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주변 인물들의 연결고리도 주목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을 지냈던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유원홀딩스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에 제출된 녹취록에는 유원홀딩스가 개발 수익 세탁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는 취지의 대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유원홀딩스도 압수수색했지만 사무실은 이미 비어 있었다.

검찰은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정 변호사, 유 전 본부장 간 관계도 파악할 계획이다. 유원홀딩스 지분은 정 변호사가 보유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원’은 유 전 본부장을 지칭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과거 언론에서 삼국지에 빗대 ‘이재명의 장비’라고 소개되기도 했다. 다만 이 지사 측은 유 전 본부장은 측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남 변호사는 앞서 대학 후배인 정 변호사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 입사를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핵심 관계인들의 역할 및 개발사업이 설계된 경위 파악에 주력할 계획이다.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리스크와 사업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민간이 막대한 배당 수익을 거둔 배경이 무엇인지 등이 규명 대상이다. 이 지사는 검찰에 배임 의혹으로도 고발된 상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간이 막대한 이익을 보는 것이 사실상 확정적이었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고의적으로 이익을 몰아주는 식으로 구조를 설계했다면 사업 관계자들에게 배임 혐의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앞줄 가운데) 원내대표와 김도읍(오른쪽)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 특검 수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사업구조 설계 규명과 함께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돈 잔치’의 성격 및 자금 종착지를 밝히는 것도 수사 쟁점이다. 검찰은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소규모 업체 화천대유에 고위 법조인 출신들이 고문을 하게 된 경위와 이들의 역할도 살펴볼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를 맡기도 했던 ‘특수통’ 출신 김기동 전 검사장도 화천대유 자문 변호사로 일했던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김 전 검사장은 “최근 김씨 요청으로 형사사건 변호인을 맡게 됐다”며 “지난해부터 자문변호사로 일했고 월 자문료도 통상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는 50억원가량의 퇴직금이 지급됐고 박영수 전 특검 딸은 화천대유 소유분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검찰은 절차대로 퇴직금 지급 및 아파트 분양이 이뤄졌는지도 따져볼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개발사업에 따라 50억원을 지급받기로 약속된 클럽이 있다는 설도 떠돌고 있다. 화천대유 측은 입장문을 통해 “몇몇 인사에게 50억원씩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나성원 박성영 이상헌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