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4일 출범하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전임 아베 신조·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추구했던 기본 방향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 한·일 현안에 대해선 첨예한 대립이 예고된다.
온건 보수 성향의 기시다 신임 총재는 아베 전 총리에게 협조적이지만 이념적 성향은 묘하게 다르다. 기시다파의 본래 이름인 고치카이는 자민당 내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주변국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파벌로 아베 전 총리의 호소다파와는 정책적으로 결이 다르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기시다 총재가 의외의 큰 승리를 거둬 아베나 아소 다로 재무상 등과는 다른 색깔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내각 출범 직후 미국을 포함해 한국 등 주변국 정상과의 접촉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지난 21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제휴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쿼드와 파이브아이스 등과의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한·일 관계에서는 강경한 자세가 예상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기시다 총재는 지난해 12월 “양국에서 최종·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고 확인했다.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면서 “한국도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지난 18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후보 토론회에서도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 어떤 미래도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공은 한국에 있다”며 압박했다.
기시다 내각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2년 뒤로 예정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도 숨은 불씨다. 일본 정부는 2023년 1분기에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방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시다 총재는 후보 시절부터 원전 재가동 입장에 찬성 의견을 보여 왔다.
중국 견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기시다 총재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대만 문제’와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상태다. 지난 13일 외교안보 정책 발표에서 그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권위주의적 체제와 민주주의 체제가 부딪치는, 국제적 가치관 대립의 최전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권 문제 담당 총리 보좌관’을 두고 신장 인권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기시다 총재는 “자민당이 만들어 놓은 기존 개헌안이 임기 중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가상 적국에게서 공격 징후가 보인다면 선제타격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에서 중국과의 긴장 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베 내각 당시 자민당은 긴급사태 조항 신설과 평화헌법 9조에 자위대 명기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마련해뒀다.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하면 개헌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쿄신문은 “사실상 아베 노선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비핵 3원칙을 견지하겠다는 것은 원폭 피폭지인 지역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황윤태 임송수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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