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브랜드 BBQ가 한때 같은 식구였던 bhc와 벌인 1000억원대 소송에서 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부장판사 권오석)는 29일 제너시스BBQ가 bhc와 박현종 회장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BQ가 bhc의 영업 비밀 침해를 주장하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법이 정한 영업비밀 요건을 명확히 갖췄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BBQ는 2018년 11월 bhc가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영업 기밀을 빼돌리는 등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100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bhc가 마케팅 디자인 시안과 레시피 정보, 매출원가 등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게 BBQ의 주장이었다. 반면 bhc는 “BBQ가 아무런 증거 없이 무리한 소송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다”며 맞섰다.
이날 판결에서 재판부는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BQ는 손해배상 액수에 대한 심리가 필요하다며 변론 재개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배상 책임이 성립되지 않는 이상 액수에 대해 심리·판단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때 같은 식구였던 두 회사의 소송전은 bhc가 BBQ로부터 독립하면서 시작됐다. BBQ는 경영상 이유로 자회사였던 bhc를 2013년 사모펀드에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실제 bhc 가맹점 숫자와 계약서상 숫자가 다르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국제상공회의소는 BBQ가 매매대금 중 일부인 90억여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고, 이에 BBQ가 불복해 소송을 내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됐다.
선고 직후 bhc 측은 “BBQ가 경쟁사 흠집 내기를 위해 무리한 고소와 소송을 남발한 사실이 또다시 입증됐다”고 밝혔다. BBQ는 “피해 규모에 대한 상세한 자료 검증 절차도 없이 (심리를) 마친 재판부의 판결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며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민사소송의 결론은 bhc 박 회장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박 회장은 BBQ의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불법으로 자료를 들여다본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