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그린워싱 논란 스타벅스 리유저블컵

입력 2021-09-30 04:06

스타벅스의 ‘리유저블(재사용)컵 데이’ 행사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8일 하루짜리 행사가 진행되면서다. 리유저블컵은 ‘한정판 굿즈’로 인식됐다. 소비자들이 대거 몰렸고, 친환경이라는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게 됐다. 결과적으로 친환경 소재와는 거리가 먼 플라스틱 제품을 대량으로 퍼뜨린 셈이 됐다.

취지는 좋았다. 소비자들이 다회용컵 사용을 경험해 친환경에 동참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점은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과 ‘무료’에 찍혔다. 소비자들은 한정판 굿즈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열광했다. 취지를 곱씹기보다는 득템을 위해 경쟁적으로 스타벅스에 방문하며 이른바 ‘스벅 굿즈 대란’을 재연했다. 웃돈을 얹은 중고거래 사례도 속출했다.

취지에 맞게 재활용 시스템도 제안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수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7월부터 제주 4개점에서 ‘일회용 컵 없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리유저블컵을 받으려면 보증금 1000원을 내야 한다. 공짜가 아니다. 음료를 다 먹은 뒤 매장이나 공항 등에 비치된 수거함에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수거된 리유저블컵은 전문 세척기관에서 깨끗이 닦아 스타벅스 매장에서 재활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세척을 잘 만하면 수백 차례도 재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다. 재사용 방법을 제안하기보다 ‘소장욕구’를 자극했다. 오로지 소비자의 ‘선의’에 따라 친환경 동참 여부가 갈리게 됐다. 한정판 굿즈에 몰린 소비자 중 얼마나 재사용에 동참할 것인지는 짐작도, 확인도 안 된다. 스타벅스가 그린워싱 마케팅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한정판 마케팅’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현혹되는 소비자도 문제지만 기업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산업부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