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중심 가계부채 증가, 향후 소비 기반 잠식 우려”

입력 2021-09-30 04:04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주제의 세미나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와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030세대 중심의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향후 소비 기반을 상당히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화정책 상황은 ‘완화적’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서 위원은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간담회에서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과거와 달리 20~30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들 계층의 소비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향후 (소비 침체 등)소비 기반의 상당한 잠식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 및 기업의 이자상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여전히 금리 수준은 (코로나19) 위기 이전에 비해 낮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부연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릴 경우 연간 이자 부담 규모는 가계 2조9000억원, 기업 2조1000억원 정도라고 추산했다.

서 위원은 수요 회복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을 경우 저성장 구조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서 코로나 충격을 받았다”며 “특히 민간 소비가 아직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밑도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보복 소비’가 일어날 순 있으나 정부지원금 등을 제외하면 가계 소득 개선세가 미약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서 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선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율(물가지수 상승률)이 목표치보다 낮아지더라도 금융불균형 상황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채수준이 과도할 경우 자산가격 반락(하락 반전) 가능성도 있고, 취약 부문의 채무 불이행 리스크가 증가해 금융 안정이 저해된다”며 “거시적 측면에서도 수요가 제약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통화 정책이 소득 불균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재분배 정책 등의 영향으로 ‘소득불평등’ 지표는 하락하였으나 자산가격 급등으로 인해 ‘자산불평등’ 지표가 상승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통화 정책 완화 기조를 조정(금리 인상)하게 되면 경제의 불균등 성장을 시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재정 정책과 금융 중개 지원 대출 등 여타 정책을 병행할 경우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위원은 현재 금리 수준에 대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통화정책 상황은 여전히 완화적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향후에도 거시 경제와 금융 상황을 균형적으로 살펴 추가 인상 시점과 속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권의 가계 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한국의 금융 불균형 정도가 심하다”며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불균형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통화 정책 기조 변화라는 신호 효과가 가계·기업의 위험 추구 행위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