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여당 대선 후보 지지율과 당내 경선에서 부동의 1위를 질주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처가 있다. 바로 기획재정부다. 기재부는 여당과 당정 협의 과정에서 수차례 불협화음을 낸데다 특히 이 지사와는 예산 및 재난지원금 문제로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재집권할 경우 기재부가 조직 개편 1순위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세종 관가에 일찌감치 나올 정도다. 공교롭게도 여당이 최근 기재부 조직 개편과 관련한 대외 목소리까지 내고 있어 기재부 향후 위상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여당과 기재부는 그간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 추가경정예산 규모, 대주주 요건 완화 등 여러 사안에서 번번이 대립했다. 그럴 때마다 여당에서는 “대한민국이 기재부의 나라인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지사의 경우 자신 기본소득론과 연계해 주장해온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기재부가 번번이 선별지원으로 맞서온데 대해 불만이 많은 상태였다. 이 지사는 최근 기재부가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깎았다는 점을 들어 “기재부가 예산 편성권을 가지고 너무 오만하고 강압적이고 지나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아직 이재명 캠프에서 기재부 조직 개편 관련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은 없다. 다만 이 지사의 정책자문그룹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의 고문을 맡고 있는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는 조직 개편안을 제안했다.
또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재정개혁 및 기재부 조직 개편을 주제로 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재부의 정책기획, 예산편성, 성과평가 기능을 분리해 청와대, 국민행복부 등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심포지엄에서 국회 기재위 소속 여당의 양경숙 의원은 “이명박정부 때 세입·세출·예산편성 등 부서를 통폐합하면서 기재부가 ‘거대 공룡화’ 됐다”며 “(기재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서, 집권당이나 대통령도 어쩔 수 없게 돼버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외곽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는 당내 대선 후보들의 공약 담당자들을 초청해 기재부의 개편안을 제안했다. 1안이 기재부과 금융위원회를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 금융을 포함한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것이었고 2안은 현 기재부의 기능에서 국제금융을 금융위에 떼내 금융부를 만드는 안이었다. 당시 이 지사는 기재부 분할안에 동의했다. 하지만 문재인 당시 후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조직을 뜯어고치는 관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했고, 실제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조직 분할 가능성에 대한 기재부 공무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주요 업무가 다른 부처로 이관될 경우 전반적으로 조직의 위상이 떨어질 것이라 우려하는 이들이 많지만, 조직 분리가 고질적인 인사 적체를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