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설계단계서 배임” 李 “도둑의힘 부패세력”

입력 2021-09-29 04:04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보고에서 ‘대장동 개발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성남시 대장지구 특혜 개발 의혹을 놓고 여야가 사생결단식 전쟁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도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당장 특검 수사를 받으라”고 압박하며 전선에 가세했다. 이 지사는 “국민의힘이 천방지축 뛰고 있는데, 본인들이 파놓은 구덩이에 곧 빠질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8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대장동 사건은 설계 단계에서 이미 배임 범죄가 결정됐으며, 이 지사는 본인 입으로 ‘내가 설계자’라고 자백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구조가 애초 화천대유자산관리 소유주와 특수관계인에게 막대한 돈을 몰아주도록 짜여졌다”며 “인가부터 토지수용, 분양까지 전혀 리스크가 없다시피 했으면 분양가 상한제를 두던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초과이익이 환수되도록 해야 했는데, 설계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국 어느 지방자치단체도 이렇게 대놓고 한 곳은 없다. 그렇게 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온 국민이 눈을 벌겋게 뜨고 있어서 뭉개질 수가 없는 사건”며 “검찰은 빨리 나서서 초동 조사를 하고, 증거를 확보해 특검에 넘겨야 한다. (국정농단 수사를 했던) 2016년처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 지사와 민주당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당장 받아야 한다”며 “거리낄 것이 없다면서 왜 피하나”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를 끝내 거부한다면 제가 대통령이 돼 모든 불법비리 범죄자들을 싹 쓸어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경고했다. 홍준표 의원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본체는 그대로 두고 곁가지 수사에만 집중하면 정치수사의 전형이 될 것”이라며 “그 사건의 본체도, 비리 구조를 설계한 사람도 이재명”이라는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이 지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 등 9명을 배임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동시에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하동인 1호’ 대표인 이한성씨가 이 지사 측근인 이화영 킨텍스 대표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맞서 이재명 지사는 “내용도, 물정도 모르고 마구 물어뜯고 있다”고 역공을 폈다. 그는 “국민의힘은 토건세력 그 자체, 토건세력과 유착한 부정부패 세력”이라며 “검·경이 신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공개발을 막고 5년간 (사업을) 저지했던 게 어제의 당신들”이라며 “오늘에 와서는 나한테 무슨 몸통이니,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국민의 지적 수준이 당신들보다 훨씬 높다”고 성토했다. ‘국민의짐’ ‘도둑의힘’ 같은 거친 표현까지 동원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역시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발(發) 법조 게이트’라고 규정하면서 “(국민의힘이) 누워서 침을 뱉은 격이다. 파면 팔수록 야당 인사와 핵심 세력의 비리만 드러난다”고 했다. 또 “곽상도 의원 아들이 (퇴직금 등으로) 받은 50억원은 민정수석이었던 아버지에게 준 뇌물로 보는 게 국민 상식”이라고 말했다.

강보현 손재호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