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8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또 쐈다. 이번 도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 간 상호존중이 유지되고 이중잣대를 없앤다면 종전선언과 정상회담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한 지 사흘 만이다. 상호존중을 얘기하면서 도발을 감행한 것은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보다. 이번 발사는 남측 정부가 북측 요구대로 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김 부부장은 북측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남측이 도발로 규정한 것을 두고 이중잣대라고 했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미사일 발사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를 도발로 규정하진 않았다. 미사일 분석이 다 끝나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으나 북측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저자세로 나선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날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도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내놨다. 그는 유엔 연설에서 미국에 적대시 정책 포기를 촉구하면서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무기 전개를 영구히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김 부부장도 종전선언과 정상회담을 하려면 적대시 정책이 철회돼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방어적 성격의 훈련과 북측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자산 전개를 포기하라는 건 남측에 무장해제를 하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걸 요구할 것이면 북측도 핵무기 폐기를 포함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제시해야 마땅하다.
북측이 이런 전제조건을 계속 고집한다면 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대화 재개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설사 그런 요구를 꺼내더라도 비핵화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된 뒤에 꺼내야지 대화 시작의 조건으로 내걸어선 안 된다. 북측은 수용불가능한 요구를 철회하고 우선은 대화 테이블에 앉아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치들을 이행할 의지부터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 정부도 대화 재개 노력은 기울이되, 자칫 북측에 역이용당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 냉철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측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다니는 식의 대화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설] 또 미사일 쏘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한 북한
입력 2021-09-29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