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천대유 의혹… 제 눈의 들보는 못본 채 남 탓하는 여야

입력 2021-09-28 04:03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이 민간 개발사에 대한 특혜에만 그치지 않고 유력자들의 돈잔치로 이어진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부동산 특혜 개발로 조성된 돈이 정치권이나 법조계 인사와 그 가족에게 흘러들어간 것인데,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그들만의 ‘오십억 게임’에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 특히 2030세대가 “영끌 빚투하는 내가 바보”라며 이들의 돈잔치에 분노하고 있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실제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발 돈잔치는 끝이 어딘지 모를 지경이다. 지난 26일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논란에 이어 어제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딸의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이 제기됐다. 2015년부터 화천대유에서 일한 딸은 지난 6월 회사 보유분 대장동 아파트 1채를 6억~7억원에 분양받았다고 한다. 이 아파트 호가가 지금 15억원 안팎이다. 박 전 특검 측은 특혜는 없었다지만 분양 3개월 만에 자산이 8억~9억원 부풀려진 게 특혜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딸은 현재 퇴직 절차를 밟는 중인데 인터넷에선 벌써부터 퇴직금을 얼마나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니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곽 의원에 대한 ‘쪼개기 후원금’ 의혹도 제기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곽 의원은 20대 국회 때 화천대유 핵심 관계자들한테 500만원씩 모두 2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개발 특혜로 떼돈을 번 사람들한테 후원금을 받은 게 적절한지도 따져봐야겠지만, 수천만원대 후원금을 개인 명의로 쪼개 받은 게 아닌지도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은 돈·정치·법조 방패막이가 결탁된 ‘특혜 삼두마차’의 공생관계를 파헤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도 여야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 채 남 탓 타령으로 초점만 흐리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서로 ‘국민의힘 게이트’ ‘이재명 게이트’라고 주장하지만 여야 모두 잘못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시정을 책임졌던 곳에서 벌어진 특혜 개발로 수천억원이 몇몇 민간인 호주머니로 들어간 사실만으로도 고개를 숙여야 한다. 자당 구성원들이 의혹의 당사자인데도 국민의힘이 여당 잘못만 따지는 것도 유체이탈이나 다름없다. 특히 곽 의원 아들 문제를 사전에 알고도 모른 척 했다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여야가 그렇게 남 탓으로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입 다물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게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