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폐기물이 제철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쓰레기가 기술을 만나 쓸모를 갖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은 반도체 폐기물인 폐수슬러지(침전물)를 쇳물 속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해냈다.
삼성전자와 현대제철, 제철세라믹(재활용업체) 3사는 지난 4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폐수슬러지를 사용해 30t의 철강재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8월 폐수슬러지 재활용 관련 기술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해온 게 성과를 낸 것이다.
이번 신기술은 제철소 제강 공정에서 쇳물 속 불순물(황, 인)을 쉽게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형석’과 폐수슬러지에 포함된 주성분(플루오린화칼슘)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탄생했다. 폐수슬러지 재활용품은 형석의 대체품으로 사용된다.
그간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폐수슬러지는 시멘트 원료로 활용돼왔는데,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폐수슬러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해온 형석을 폐수슬러지로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현대제철 입장에선 형석 구매비용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폐기물도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은 매년 수입해온 약 2만t의 형석 중 절반가량인 1만여t을 이르면 10월 말부터 폐수슬러지 재활용품으로 대체하고 점차 사용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 기술은 지난 6월 한국환경공단에서 1차 평가를 받고, 국립환경과학원에서의 최종 평가를 거쳐 지난달 31일 최종 승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6년 7월 재활용환경성평가 제도가 신설된 후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주태 현대제철 연구개발·품질본부장은 “이번 재활용 기술을 통한 자원 확보는 친환경 미래 제철소의 중요한 전략적 요소이자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친환경 제철소 구현을 위한 폐기물 재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함께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패각(굴·조개 등의 껍데기) 폐기물을 제철공정의 부원료로 재탄생시킨 바 있다. 이를 통해 폐자원 선순환과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