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되풀이되는 정권 말 보은 인사, 악순환 고리 끊어야

입력 2021-09-28 04:07
현 정부가 출범 때부터 낙하산 인사 청산을 공언했지만 악습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일보가 27일 350개 공공기관을 전수 분석한 결과 여당 국회의원 출신 기관장만 7명이고 지난 총선에서 여당 명함을 달고 출마했다 낙선한 전력의 기관장도 3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에도 낙하산 시비에 휘말린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지난 5월 취임한 홍장표 KDI 원장은 문재인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청와대 일자리수석, 김금옥 한국건강가정진흥원장은 시민사회비서관 출신이다. 최근에는 뉴딜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 자리에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을 내정했다 철회하기도 했다. 현 정부에서도 잊힐 만하면 이내 인사 잡음이 돌출하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

강원랜드를 보면 저절로 혀가 차진다. 올해 임원진을 대거 교체하면서 사장 부사장 상임감사와 사외이사 등 네 자리를 총선 낙선 인사, 의원 비서관, 도당 부위원장에 총리실 출신 여당 정치인으로 채웠다. 아무리 독점적 수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도 상임감사와 사외이사까지 ‘초록동색’으로 만들어놓으면 경영 견제나 내부 통제는 어쩌자는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더욱이 내년 6월에도 임기가 남아있는 기관장이 244곳이나 돼 새 정부의 정책이나 철학이 바뀔 경우 어색한 동거를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여야 4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공기업·공공기관에 무자격, 부적격자를 내려보내는 낙하산이나 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무쪼록 해당 기관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하고 전문성을 살림으로써 공공기관 인사가 선순환 할 수 있도록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아직 기관장이 공석인 기관이 26곳이고 올해 중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도 41곳이나 된다니 부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좋은 선례를 남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