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여야 ‘8인 협의체’가 징벌적 손해배상 등 쟁점 조항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26일 결국 활동을 마무리했다. 여야가 언론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막판 담판에 나섰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양당 원내대표단과 8인 협의체에 참여한 여야 의원들은 27일 오전 국회의장 주재로 최종 협의를 시도한다.
협의체 구성원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마지막 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열람차단청구권 도입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11차례에 걸쳐 테이블에 앉았지만 여야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 대표적 독소조항을 두고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은 ‘5000만원 혹은 손해액의 3배 이내 중 높은 금액’으로 배상 범위를 제시했으나 국민의힘은 이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 이밖에 여야는 허위·조작 보도를 판단하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과 열람차단청구권 조항을 두고도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다만 양측은 이날 신속하고 실효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서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의견을 같이 했다.
여야가 협의체를 통한 조율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다시 공은 여야 원내지도부로 넘어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논의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민주당이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법을 강행 처리하면) 언론의 자유를 짓밟은 정당으로 국민적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민주당은 최종적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본회의에서 언론법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법에 대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만큼 여당이 강행 처리에 나서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 입법이나 내년도 예산안 등 정기국회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강행 처리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기국회 파행과 여론 등을 감안하면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법안을 그대로 상정할지도 미지수다. 박 의장은 지난 8월 임시국회 때도 여야 간 합의 처리 원칙을 이유로 법안 상정을 연기시켰다.
이날 저녁 양당 원내대표는 의장 주재로 회동을 하고 언론법 처리를 포함해 27일 본회의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 직전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4인, 8인 협의체 소속 여야 의원 4인은 국회의장실에서 의장 주재로 마지막 의견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와 여당도 이날 밤 고위 당정청회의를 열고 언론법 처리 방향 등을 논의했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언론법 본회의 처리 포기를 거듭 촉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파국과 퇴행을 막는 유일한 출구는 사회적 합의기구뿐”이라고 강조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