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삼성증권의 ‘배당 오류’ 사태 이후 약 41개월 만에 삼성증권이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손해액의 절반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장찬 부장판사는 최근 투자자 3명이 각각 삼성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3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삼성증권은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에게 1인당 약 2800만원에서 4900만원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 1심에서 삼성증권의 책임이 인정되면서 유사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당 오류 사태는 2018년 4월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에 1주당 배당금 1000원을 할당했으나, 전산 입력 과정에서 현금 배당 대신 1000주를 배당하면서 발생했다. 증권관리팀장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주식 배당을 그대로 승인했다. 이때 배당된 주식은 약 28억1296만주의 ‘유령 주식’으로, 당시 삼성증권 발행주식 8900만주의 30배가 넘는다. 삼성증권은 매도를 금지한다고 공지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유령 주식을 배당받은 삼성증권 직원 중 일부가 31분간 1208만주를 매도하는 주문을 냈고, 이중 502만주의 계약이 체결됐다. 배당사고로 인한 주식매도가 쏟아지면서 당일 거래량은 전날 대비 4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장중 최저가는 3만5150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11.7%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2019년 6월부터 연이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삼성증권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의 내부통제제도를 갖추지 못해 배당오류사고를 야기했고, 우발상황에 대한 위험관리 비상계획을 갖추지 않아 주가폭락을 발생하게 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일부 직원들이 착오로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행위까지 회사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오로지 사익을 추구하며 개인적으로 거래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어 재판부는 삼성증권의 주가하락이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모든 손해를 삼성증권이 책임지는 것은 가혹하다”며 삼성증권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삼성증권의 배당오류가 없었을 경우 예상되는 2018년 4월 6일 주가를 3만9650원으로 추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투자자들의 손해액을 산정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