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李 텃밭 호남서도 낙승… 대선 직행 8부 능선 넘었다

입력 2021-09-27 04:02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에서 열린 전북 순회경선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 지사는 전북 경선에서 54.55%를 득표해 38.48%를 얻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승리했다. 이 지사는 누적 득표율 53.01%로 대선 본선 직행 가능성을 더 키웠다. 연합뉴스

호남의 선택은 이재명 경기지사였다. 이 지사는 26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전북 순회경선에서 과반을 기록하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텃밭인 호남에서 승리를 거뒀다. 호남 경선을 마친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은 53.01%로 대선 직행 가능성을 더 키웠다.

이 지사는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전북 경선에서 2만2276표(54.55%)를 얻어 1만5715표(38.48%)를 득표한 이 전 대표를 16.07% 포인트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3위인 추미애 전 대표는 5.21%를 얻었고, 박용진 의원(1.25%)과 김두관 의원(0.51%)이 뒤를 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에서 열린 전북 순회경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김두관 후보는 이날 경선 발표 직후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연합뉴스

전날 진행된 광주·전남 경선에서는 이 전 대표가 47.12%의 득표율로 이 지사(46.95%)를 상대로 신승했지만 표 차이는 122표에 불과했다.


대의원·권리당원 수만 20만43000여명에 달하는 ‘호남 당심’의 선택은 이 지사였다. 광주·전남과 전북 경선을 종합한 결과 이 지사는 이 전 대표의 안방인 호남에서 5만6002표(46.72%)를 얻어 4만9563표(41.35%)를 득표한 이 전 대표를 제쳤다. 이날까지의 누적 득표율은 이 지사가 53.01%, 이 전 대표가 34.48%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호남 경선 직후 이 지사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김 의원의 득표(4411표)가 전부 무효처리되면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도 53.37%로 소폭 상승하게 된다.

이 지사는 전북 경선 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민주세력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의 높은 지지율은 ‘압도적 경선 승리로 내부 균열을 최소화하고 본선 경쟁력을 높이자’는 호남의 집단지성이 발현된 것”이라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겸손하지 못하면 (지지자들이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환점을 돈 민주당 경선의 남은 일정도 이 지사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0월 1일 제주와 2일 부산·울산·경남을 거쳐 3일 인천 순회경선에서 2차 일반당원·국민 선거인단(슈퍼위크) 투표 결과가 공개된다. 특히 2차 슈퍼위크 선거인단만 50만명에 육박하는데, 이 지사 측은 무난히 과반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민주당의 대선 경선 총 선거인단이 216만명으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투표율을 70%로 가정할 때 결선 없이 본선에 직행하려면 약 75만표를 얻어야 한다. 이 지사는 호남 경선을 거치며 34만표를 확보했으므로 이 지사의 ‘매직넘버’는 31만표 정도다. 이 때문에 약 60만명이 참가하는 제주·부울경·인천·2차 슈퍼워크를 거치면서 결선 투표 실시 여부가 사실상 확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호남에서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이 지사는 남은 경선 과정에서 본선을 대비한 ‘원팀 구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비마다 갈등을 빚어 온 이 전 대표 측과의 마찰을 줄이고, 이 전 대표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최승욱 기자, 완주=박재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