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선택은 이재명 경기지사였다. 이 지사는 26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전북 순회경선에서 과반을 기록하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텃밭인 호남에서 승리를 거뒀다. 호남 경선을 마친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은 53.01%로 대선 직행 가능성을 더 키웠다.
이 지사는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전북 경선에서 2만2276표(54.55%)를 얻어 1만5715표(38.48%)를 득표한 이 전 대표를 16.07% 포인트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3위인 추미애 전 대표는 5.21%를 얻었고, 박용진 의원(1.25%)과 김두관 의원(0.51%)이 뒤를 이었다.
전날 진행된 광주·전남 경선에서는 이 전 대표가 47.12%의 득표율로 이 지사(46.95%)를 상대로 신승했지만 표 차이는 122표에 불과했다.
대의원·권리당원 수만 20만43000여명에 달하는 ‘호남 당심’의 선택은 이 지사였다. 광주·전남과 전북 경선을 종합한 결과 이 지사는 이 전 대표의 안방인 호남에서 5만6002표(46.72%)를 얻어 4만9563표(41.35%)를 득표한 이 전 대표를 제쳤다. 이날까지의 누적 득표율은 이 지사가 53.01%, 이 전 대표가 34.48%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호남 경선 직후 이 지사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김 의원의 득표(4411표)가 전부 무효처리되면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도 53.37%로 소폭 상승하게 된다.
이 지사는 전북 경선 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민주세력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의 높은 지지율은 ‘압도적 경선 승리로 내부 균열을 최소화하고 본선 경쟁력을 높이자’는 호남의 집단지성이 발현된 것”이라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겸손하지 못하면 (지지자들이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환점을 돈 민주당 경선의 남은 일정도 이 지사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0월 1일 제주와 2일 부산·울산·경남을 거쳐 3일 인천 순회경선에서 2차 일반당원·국민 선거인단(슈퍼위크) 투표 결과가 공개된다. 특히 2차 슈퍼위크 선거인단만 50만명에 육박하는데, 이 지사 측은 무난히 과반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민주당의 대선 경선 총 선거인단이 216만명으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투표율을 70%로 가정할 때 결선 없이 본선에 직행하려면 약 75만표를 얻어야 한다. 이 지사는 호남 경선을 거치며 34만표를 확보했으므로 이 지사의 ‘매직넘버’는 31만표 정도다. 이 때문에 약 60만명이 참가하는 제주·부울경·인천·2차 슈퍼워크를 거치면서 결선 투표 실시 여부가 사실상 확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호남에서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이 지사는 남은 경선 과정에서 본선을 대비한 ‘원팀 구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비마다 갈등을 빚어 온 이 전 대표 측과의 마찰을 줄이고, 이 전 대표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최승욱 기자, 완주=박재현 기자 applesu@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