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아들 퇴직금 50억… 화천대유 수상한 돈잔치

입력 2021-09-27 04:03

성남 대장지구 개발에 참여해 수천억원대 수익을 거둔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직원으로 근무한 곽상도(사진) 국민의힘 의원 아들에게 성과급 및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액 수임료를 지급하며 거물급 법조·정치인을 영입한 데 이어 유력 정치인 아들에게 ‘로또급 퇴직금’을 안긴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의혹은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를 중심으로 벌어진 ‘수상한 돈잔치’로 확산되고 있다. 곽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했다.

곽 의원 아들 곽병채씨는 26일 입장문에서 “2021년 3월 퇴사하기 전 50억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성과급 계약이 변경됐고, 원천징수 후 약 28억원을 4월 30일 제 계좌로 받았다”고 밝혔다. 곽씨는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해 지난 1월까지 대리 직급으로 근무했다.

정치권과 업계는 곽씨가 수령한 성과급·퇴직금 수준이 근속연수나 퇴직 전 급여와 비교할 때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곽씨가 6년간 화천대유에 근무하며 받은 월 급여는 233만~383만원이었다. 통상 퇴직 전 3개월 평균 급여에 근속연수를 곱해 퇴직금을 산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곽씨 퇴직금은 2500만~2800만원으로 책정돼야 적당하다는 것이다.

곽씨와 화천대유는 정당한 대가라는 입장이다. 화천대유 측은 “일반 회사와 달리 부동산개발회사의 경우 개발사업 성공적 수행 시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임금보상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화천대유와 관계사들은 대장지구 개발에 참여해 배당으로만 4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화천대유가 직원 퇴직에 대비해 쌓아둔 퇴직급여충당부채 내역만 봐도 곽씨 주장은 납득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퇴직급여충당부채는 13억9473만원이다. 성과급이 포함됐다 해도 화천대유가 자신들이 예측한 전체 퇴직금 수준보다 약 4배 많은 금액을 곽씨 퇴직에 맞춰 지급했다는 얘기다.

그동안 화천대유가 실제 지급한 퇴직금 역시 곽씨 수령액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화천대유가 2015년 이후 퇴직금으로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했던 건 지난해였다. 1억2989만원을 지급했는데, 곽씨 성과급·퇴직금 규모는 이 금액의 39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여권은 이 돈이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씨가 곽 의원을 보고 지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간 화천대유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곧장 제3자 뇌물죄를 거론하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여기에 그간 화천대유가 고문·자문으로 영입한 거물급 법조·정치인에게 수임료로 건네진 금전의 성격 역시 검찰이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화천대유 주변에서는 곽씨 외에도 여러 퇴사자들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명의견까지 나오는 등 논란이 커지자 곽 의원은 국민의힘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인으로서 정치 책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현수 백상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