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텃밭 투표율을 놓고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나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안방에서 최대한 많은 표를 끌어모아야 하는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는 초조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23일 민주당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광주·전남 권리당원의 온라인 투표율이 40.2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경선에서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대구·경북(63.08%)은 물론 강원(44.13%), 세종·충북(41.92%)의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날 마감된 전북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35.69%로 이번 경선을 통틀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텃밭인 호남에서 유독 투표율이 높았던 전례와 비교하면 이번 경선 투표율은 평소보다 부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에 대해 이 지사 캠프와 이 전 대표 캠프는 모두 추석 연휴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 지사 측은 “투표 참여 문자가 추석 안부 문자와 뒤섞이다 보니 투표를 놓쳤다는 사람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측도 “온라인 투표 서버가 불안정했던 데다 연휴 기간이라 깜빡 놓쳤다는 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를 둘러싼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의 여파가 반영됐다는 점도 양측의 공통된 진단이다. 그러나 해석은 달랐다. 이 전 대표 측은 “기존 이 지사 지지자들의 표심이 흔들리면서 결단을 유보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지사 측은 “이 전 대표가 연일 네거티브를 하다 보니 경선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지사 측은 저조한 투표율이 경선 판도에서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캠프 소속 한 의원은 “호남 지역은 유독 판세 예측이 어려워 어차피 투표율에 따른 유불리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투표율이 높든 낮든 이 지사의 과반 득표에는 지장이 없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 캠프 내 다른 관계자도 “기왕이면 투표율이 낮은 것보다는 높은 게 경선 흥행 면에서는 낫지만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캠프로선 남은 기간 최대한 투표율과 득표율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현재까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경선 누적 득표수 격차는 11만3000여표에 달한다. 전체 20만4000여명의 호남 권리당원·대의원이 참여하는 이번 경선에서 이 전 대표가 역전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많은 유권자의 참여와 압도적 승리가 필수적이다.
이 전 대표 측은 각각 25일(광주·전남)과 26일(전북)까지 진행되는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에서 호남 경선 투표율을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남 경선 투표율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이 전 대표가 55% 이상의 득표를 하면 결선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전 대표 측의 셈법이다. 이 전 대표 캠프의 한 의원은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이 49%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대세론이 깨지면서 판세가 급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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