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키맨 유동규, 市 공단 임원 임용 직후 “자격 못갖췄다” 시인

입력 2021-09-24 04:02
국민일보가 입수한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 2010년 10월 20일 회의록. 최현규 기자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의 ‘키맨’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2010년 10월 대장동 개발을 추진했던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임명될 때 자신이 임원 자격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유 전 사장은 임원 자격요건 충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성남시의원이 ‘기타 임명권자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자’로 채용됐는지를 묻자 유 전 사장은 “그렇다. 맞다”고 화답했다. 유 전 사장은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임원 인사규정에서 열거한 자격요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지만 ‘임명권자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해 임용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자격 요건을 채우지 못했던 유 전 사장이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기용되는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비롯한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부가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유 전 사장은 성남 대장지구 개발 사업 시행을 맡은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 방식 등을 설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일보는 경기도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 2010년 10월 20일 회의록을 23일 입수했다. 당시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 최윤길 위원이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임원 인사규정 시행세칙을 근거로 제시하며 유 전 사장에게 자격요건을 물었다.

최 위원은 임원 자격기준으로 공무원 5급 이상으로 5년 이상 경력소지자, 정부 투자기관이나 이에 상응하다고 인정되는 기관의 동일직급에서 5년 이상 경력소지자 등 네 가지 조건을 열거했다.

이에 유 전 사장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유 전 사장은 이 회의 닷새 전인 같은 달 15일 임용됐다.

최 위원이 “다섯 번째 ‘기타 임명권자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자’ 이렇게 규정하고 있는데 다섯 번째 항으로 채용이 인정된 것 같다”고 말하자, 유 전 사장은 “그렇다. 맞다”고 화답했다. 당시 임명권자는 성남시 시설공단 이사장이 공석이라 성남시의 행정기획국장이 대행했다.

유 전 사장은 이 지사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부터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직이 공석이 됐을 때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유 전 사장 직무대행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와 사업자 선정이 이뤄졌다. 이어 경기관광공사 사장도 역임했다.

국민의힘은 유 전 사장을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의 핵심 인사로 지목하고, 이 지사 등과 함께 업무상배임에 의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전 사장은 기존 휴대전화 번호도 바꾸는 등 잠적한 것으로 알려져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