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임박한 시점 고소·고발이 접수되고, ‘한번 불러만 달라’는 주문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때도 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선거를 앞둔 시점 검찰이 접하는 풍경을 23일 이렇게 설명했다. 치열한 선거 국면에서 상대 진영을 겨냥한 수사 요청이 이뤄지고, 그 결과 검찰이 사실상 정치에 동원되는 일이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검사들은 “선거 때면 여의도가 서초동으로 옮겨온다”고 말한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아예 “고소·고발이 곧 선거운동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20대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서초동 풍경도 예외가 아니다. ‘수사 1번지’ 서울중앙지검만 봐도 이재명 경기지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얽힌 의혹들이 각 부서에 배당돼 있다. 윤 전 총장이 피고소인인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공안과 특수를 아우른 수사팀이 구성돼 있다. 이 지사는 제기된 의혹이 허위라며 명예훼손을 주장하고 있다.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려면 의혹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적 의혹’ 사안을 쥔 검찰은 일단 수사력을 모아 선거 이전 결과 제시를 위한 속도전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안 수위를 극도로 높인 뒤 결과만을 발표하고, 캠프가 서로를 겨냥한 경우엔 개별 수사의 종료 시점이 달라도 결과 발표 시점을 맞췄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수사 인원과 기간, 강도 등에서 최대한 균형을 맞추는 방법뿐이라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굳이 비교하면 진실 발견보다 정치적 중립이 우선”이라는 견해도 있다. 수사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비난을 무릅쓰고 수사를 선거 이후로 미룬 전례도 있다. 1997년 15대 대선 직전 김태정 전 검찰총장의 ‘DJ 비자금 수사 유보’ 결정이 대표적이다. 당시 신한국당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국가 전체에 대혼란이 올 것이 분명하고, 대선 전에 수사를 완결하기도 불가능하다”며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뒀던 당시와 지금이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나 ‘화천대유자산관리 의혹’ 사건은 대선 전 규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화천대유 의혹 사건이 비교적 복잡하고 크다는 해석도 있지만, 자금 흐름을 따라가면 5개월여 안에 의혹 진위를 판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특수통들은 말했다. 중복 사건처리를 피하고 신속한 결과를 내놓으려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합동 수사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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