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10월 추석당일이었다. 아버지는 서울 예광감리교회 수요예배 설교를 하셨다. 그때 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것이 영상으로 남아있다.
“여러분, 생명은 하나님께 속해 있는 줄 믿으시기 바랍니다. 병이 사람의 생명을 데려가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병마가 인생을 데려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우리 영혼을 향해서 ‘오라’ 그러면 비로소 끝이 나고 주님 품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설교가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과 같은 설교가 됐다. 다음날 온 가족이 모여 예배를 드린 후 아버지는 갑자기 쓰러지셨다. 그리고 깨어나지 못하고 주님 품으로 가셨다. 하늘나라로 가시기 전 아버지는 유언과 같은 말씀을 남기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밤낮 기도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나의 목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보면 아버지는 항상 새벽기도회 가기 전 4시부터 소파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아버지가 물려주셨던 기도의 유산, 그것이 오늘날 ‘기도목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가장 더운 적도 지역 아프리카에서 7년, 동토의 땅 미국 알래스카 7년,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벤추라를 거쳐 지금의 서울 화양감리교회 목회에 이르기까지 가는 곳마다 열매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기도의 동력이라고 믿는다.
화양감리교회는 코로나19의 위기상황 속에서도 매주 청년 새가족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선교와 구제 사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충분한 기도’에 있다. 온 성도가 기도의 본질을 붙들기 때문에 예배당에 24시간 기도의 소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기도는 내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소중한 힘이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시골 개척교회 가정에서 태어났기에 가난 때문에 남의 집에 3년간 위탁돼 자랄 수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나를 키우셨던 권사님도 기도의 할머니였기에, 교회에서 기도하는 생활은 어릴 때부터 매우 익숙했다.
음악, 미술을 좋아했지만 가난 때문에 흔한 학원 한 번 갈 수도 없었다. 학원 가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그러나 매일매일 교회에 들러 기도하면서 예배당의 낡은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다. 헌책방에서 바이엘 피아노 교본을 사다가 독학했다.
하나님은 매일 기도하는 소년을 긍휼히 여기셨던 것 같다. 기도하며 교회 피아노를 치다가 기적같이 성가대 반주까지 하게 됐다. 지금은 유튜브에 연주곡을 올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런 삶의 경험을 통해 누가 뭐라 해도 기도는 마음의 소원을 이루는 집중력과 능력을 주신다는 사실을 확신한다.
중고등부 시절 남들 앞에 서면 너무 떨려서 대표기도를 하다가 그만 울어버린 기억이 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기도훈련을 통해 소심했던 아이에게 담대함과 리더십을 주셨다. 기도훈련 과정은 리더십을 얻을 수 있는 너무나 중요한 훈련과정이었다.
지난날 가난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됐다. 그러기에 지금 700여명이 넘는 청년들을 목회하면서도 결손가정과 소외된 이들에게는 마음을 쏟아 기도해주고 상담하고 지원한다. 그래서 그런지 작은교회 목회자 자녀와 선교사 자녀들이 많다.
아프리카 선교와 목회에 평생 반려자가 돼준 아내도 기도의 여인이다. 아내는 대학 다닐 때까지 신림동 반지하에서 살면서도 항상 밝은 영성으로 봉사를 많이 해왔다. 지금도 어려운 이들, 장애인을 찾아다니며 그 가정의 필요를 돕고 봉사한다. 집 근처의 노숙자 할머니의 찌든 빨래를 한가득 받아 가지고 와서 세탁기에 돌려주고 주변 노숙자들을 정성으로 돌보고 대접한다.
노숙자 할머니가 배가 고파 식당에 갈 때면 항상 아내를 찾아온다. 혼자 가면 냄새난다고 주인이 싫어하는데 아내가 같이 가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긍휼 사역도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평생 주신 마음이라고 했다.
나와 아내는 가장 어려웠던 고난의 순간에도, 선교지에서 아들을 잃었던 자리에서도 오직 기도만이 가장 큰 힘과 위로가 됐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의 위기상황에도 ‘오직 기도’로 돌파하고 있기에 교회가 오히려 부흥하고 선한 영향력을 더욱 많이 흘려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모든 자리를 반드시 보신다. 환경과 관계없이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면 하나님께선 반드시 기억하시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 그래서 기도는 나의 목회에서 가장 큰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