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 완화를 끝내고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곧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준은 경제 상황이 계속 좋아진다면 그 시기가 오는 11월로 앞당겨질 수 있고, 내년에는 금리 인상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한 경기 부양책 종료가 목전에 온 것이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물가·고용에서의) 진전이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계속된다면 위원회는 자산매입 속도 완화가 곧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성명에서 구체적인 테이퍼링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곧 채권 매입을 늦춰야 할 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계획이 11월 발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경제가 계속 강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만큼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월 2~3일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 월별 자산매입 금액 1200억 달러 규모를 축소하는 로드맵이 제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내년 중반쯤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11월부터 매달 채권 매입 규모를 150억 달러씩 줄이면 8개월 후인 내년 7월에는 채권 매입이 없는 상태가 된다.
투자은행 티디시큐리티스 금리전략 글로벌 책임자인 프리야 미스라는 “그들은 출구전략을 시작하기를 원하고 있다. 시장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의 0.00∼0.25%로 동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향후 금리 인상 전망 시기는 빨라졌다. 연준은 별도로 공개한 점도표(dot plot)를 통해 18명 FOMC 위원의 절반인 9명이 2022년 중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6월 FOMC에서는 위원 대다수가 2023년 첫 금리 인상을 전망했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절반이 내년 금리 인상을 예상했을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2023년에도 현 수준의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답한 위원은 1명에 그쳤다. 나머지 17명 중 9명은 2023년 말까지 최소 1%까지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3명은 1.5% 목표까지 제시했다.
변수는 고용률 회복이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6.7%에서 지난달 5.2%로 떨어졌다. 지난 8월까지 약 47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지난해 12월 부족분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더 올렸다. 대부분 위원은 핵심 분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6월 3%에서 3.7%로 높였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2.3%, 2023년 물가상승률은 2.2%로 각각 예측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5.9%로 하향 전망했다. 지난 6월에는 7% 성장을 기대했었다. 또 4분기 실업률 전망치는 4.8%로 지난 6월 당시 전망치(4.5%)보다 높아졌다. 이는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확산과 계속되는 공급망 부족이 성장 예측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업률은 내년 3.8%, 내후년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