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부담 늘자 알바 월급 깎였다

입력 2021-09-24 04:05

법인세가 늘어나면 기업들이 세금 부담 일부를 노동자에게 전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받는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3일 ‘산업별 변이를 활용한 법인세 부담의 귀착효과 분석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귀착효과(실질적 세부담)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법인세 부담이 개인별 임금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한계적 법인세 부담이 증가할 경우 그 일부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법인세 한계실효세율이 10% 증가할 때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0.27%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예를 들어 법인세 한계실효세율이 10%에서 11%로 올라갈 경우, 평균 임금수준이 0.27% 줄어든다는 의미다.

특히 시장의 경쟁 구도가 독점에 가까운 경우 법인세 부담의 전가 정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점시장 구조에서는 법인세 한계실효세율이 10% 증가할 때 개인의 임금수준이 평균 감소폭의 2배인 0.54% 감소했다. 게다가 세 부담 전가 현상은 노동자 지위별로 타격 정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풀타임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 협상력이 낮고, 임금 조정 여지가 높은 파트타임 노동자에게서 더욱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김빛마로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최근 명목세율 인상, 조세지출 축소 등 대체로 법인세의 실질적 부담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제도적 변화가 이뤄졌다”며 “법인세 부담이 궁극적으로 다른 경제주체에 전가되는 정도가 크다면 제도적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을 증대시키는 정책 방향에 재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직면하는 법인세 부담 일부가 궁극적으로 파트타임 노동자 같은 상대적 취약계층에 귀착된다면 소득이 높은 기업 위주로 세 부담을 증가시킨 정책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