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영화 시각효과 ‘버츄얼 프로덕션’ 한국에 도입”

입력 2021-09-23 04:03
스테판 트로얀스키 스캔라인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혁신 기술인 ‘버츄얼 프로덕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영화 촬영현장이 셧다운된 최악의 상황에서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거꾸로 현장을 스튜디오로 가져왔죠. 우리는 위기상황에서 만들어낸 혁신 기술로 성장했고, 그렇게 살아남은 기업에 대한 수요는 엄청 커질 겁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저스티스리그, 스파이더맨 등의 시각효과를 만든 ‘스캔라인’의 스테판 트로얀스키(47)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혁신적인 돌파구가 된 ‘버츄얼 프로덕션’을 소개했다. 트로얀스키 대표는 “도시로, 숲으로, 사막으로 갈 수 없다면 실제장소를 스튜디오로 가져와 보자. 그래서 바닥부터 사방에 LED판을 설치해 실제 풍경을 투영하고 카메라가 여러 앵글로 가상세계를 찍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버츄얼 프로덕션 기술을 메이저 4개 영화사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 덕분에 스캔라인 임직원이 코로나 이전 700명에서 1050명으로 늘었고 슈퍼바이저(감독)도 30명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상황에서는 변화를 꾀하고, 혁신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한해동안 스캔라인이 이룬 혁신이 30여년간 해온 것보다 많았다”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트로얀스키 대표는 “밴쿠버 LA 뮌헨 런던 다음으로 한국에 버츄얼 프로덕션 기술을 도입하려고 한다”며 “한국이 메타버스(Metaverse) 분야에서 선구적인 주자여서 메타버스와 특수효과 기술이 결합되면 여러가지 많은 것이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직원들의 기술 이해력과 빠른 학습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서 직접 개발된 기술들이 다른 글로벌 스튜디오에서 활용돼 단순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글로벌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캔라인이 시각효과 제작을 맡은 영화 '미드웨이'(위)와 '블랙팬서'.

현재 스캔라인은 영화 ‘아쿠아맨2’, 저스티스 리그 ‘더 플래시’, 마동석이 출연하는 마블 이터널스 프로젝트를 한국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고 있다. 트로얀스키 대표는 “서울시, 코트라와 협업할 때 신기술을 도입하자고 해서 소프트웨어 ‘플로라인’을 도입해 한국 직원들을 훈련시켰고, 복잡한 시각효과를 만들어내는 세분화된 작업공정으로 ‘파이프라인’을 한국에 도입해 발전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력채용 계획도 밝혔다. 그는 “스튜디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추가적인 인력이 절실하다”며 “오늘 당장 고용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스캔라인은 오는 10월 코트라가 주관하는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는 “원래 한국 스튜디오 운영계획은 5년간 300명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지금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전망이 좋다. 향후 2년 반동안 300명 이상 훌쩍 넘게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로얀스키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성장 잠재력은 무한대여서 재능있는 인력이 늘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학과 연계하거나 내부 트레이닝 교육기관을 통해 빠른 시일내 교육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패스트트랙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음악 등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영화 킹덤, 기생충 등을 언급하며 “전 세계인들이 한국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있고, 스토리를 좋아한다”며 “전체 영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잘 평가받고 있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이나 수요가 굉장히 큰 상황이다. 내 주변에서도 많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콘텐츠산업의 폭발적인 성장도 전망했다. 그는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강제됐고 코로나 이후에도 이런 습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옛날처럼 영화관에 가서 보고 싶은 욕구도 있기 때문에 집에서 소비하는 것과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수요가 동시에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89년 독일 뮌헨에서 설립된 스캔라인은 전 세계 7개 지역에 스튜디오를 보유한 글로벌 회사다. 2019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서울시의 외국인투자유치에 따라 서울 상암DMC에 스튜디오를 개설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