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의 장편소설 ‘선택받은 사람’을 60년 전, 출판사 정음사에서 세계고전 시리즈를 출간할 당시 처음 읽었습니다. ‘죄와 구원’ 문제의 고민과 답이 응축된 저자의 글은 당시 무신론자였던 제게 인생의 문제에 생각지도 못한 것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부모의 근친상간으로 태어나 버려졌으나, 한 수도원에 의해 길러져 훌륭한 기사로 성장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내고 여왕과 결혼합니다. 그러나 그 여왕이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17년간 절벽에 쇠사슬로 몸을 묶어 참혹한 속죄를 한 후, 하나님의 은혜로 교황이 되어 사람들의 죄를 속죄하게 하고 부모의 죄를 용서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중세 서사시 ‘그레고리우스’를 소재로 한 이 책은 비극으로 끝나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내용이 흡사하지만, 더 깊은 삶의 고뇌가 있습니다. 이중 근친상간이란 상상할 수도 없는 무서운 죄인이 하나님께 용서받고 선택되어 가장 영광스러운 교황으로 변모되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은 지 4년이 지난 1965년 7월 4일,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와 주님으로 영접했습니다. 나를 찾아오신 주님께서는 왜 내게 그렇게 오래 투정했냐며 자애로운 음성으로 나의 죄를 씻어주셨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용서만 해주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께 용납된 인생으로 살게 하셨습니다. 이 추한, 하나님께 용납받을 수 없던 내가, 그처럼 모진 마음으로 하나님께 반항하던 내 모든 죄를 용서해주시고 용납해주신 그리스도를 알게 됐습니다. 이 책을 내 삶의 중심으로 받아들이며 기뻐하고 감동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인간의 가장 큰 문제는, 의로우신 하나님 앞에 어떻게 서는 것인가입니다. 이것이 인간 최대의 문제입니다. 어떤 인생을 산다고 할지라도 내 모든 죄를 자백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때 주님께서는 이전보다 더 큰 사랑과 삶의 축복을 주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놀라운 기적의 본질을 설명한 책이 ‘선택받은 사람’입니다. 내 인생의 축복 된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