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페로제도 스칼라보트누르 해변에서 12일(현지시간) 낫돌고래 1428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고 국제해양보존단체 시셰퍼드(Sea Shepherd)가 14일 전했다.
이 단체가 홈페이지에 올린 현장 사진을 보면 머리 부위가 가로로 반쯤 잘린 돌고래 사체가 해변을 가득 채웠다. 10여m 앞까지 피로 물든 바다는 붉은 페인트를 부어 놓은 듯했다.
페로제도의 돌고래 사냥은 수백년간 이어져온 전통으로 잔혹성 때문에 해마다 비판을 받았다. 낚싯배들이 돌고래를 반원으로 둘러싸고 해변으로 몰아가면 참가자들이 작살로 잡는다. 올해는 예년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돌고래를 도살한 탓에 더욱 공분을 사는 모습이다. 페로제도 자치정부는 고래잡이 공식 웹페이지에서 “북대서양 동부의 파일럿고래(둥근머리돌고래)는 약 38만 마리로 페로제도 주변에 10만 마리가 있다”며 “지난 20년간 페로제도에서 잡힌 고래는 연간 약 600마리”라고 설명했다. BBC는 “(이번에 무더기로 잡힌) 낫돌고래는 더 적게 잡히는데 지난해와 2019년에 각각 35마리, 10마리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도살 규모는 일일 어획량 기준으로 종전 사상 최대 기록인 1940년 1200마리보다 200마리 이상 많다. 시셰퍼드는 “전 세계적으로 기록된 고래류 단일 사냥 중에서도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지역방송 기자는 “고래잡이에 가끔 낫돌고래가 몇 마리씩 포함되긴 하지만 보통은 그렇게 많은 개체를 죽이지 않는다”며 “매우 극단적”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섬 인구의 약 53%가 고래잡이에 반대하지만 당국은 이 관행을 폐지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페로제도 정부 대변인은 “고래사냥이 포유류 사냥과 도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극적인 광경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사냥은 잘 조직되고 완전히 통제된다”고 말했다.
정작 올라부르 슈르다르버그 고래잡이협회장은 “돌고래 무리가 나타났을 때 200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며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