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먹자거리 골목에서 프랜차이즈 호프집을 운영하던 4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말 업종을 꼬치집으로 변경하고 간판을 바꿔 달았다. 신천지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지나오며 가게 문을 거의 닫다시피 했던 터였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A씨는 단골손님이 많았던 맥줏집을 포기하고 식사가 가능한 꼬치집으로 가게를 바꿨다. 포장마차 형태로 인테리어도 변경했고, 가게 앞까지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더 많은 손님을 받겠다는 꿈도 꿨다. 하지만 업종을 바꾼 직후였던 지난해 12월 8일 대구에는 거리두기 2단계에 연말연시 특별 방역조치까지 더해져 오후 9시 영업이 제한됐다. 모임 예약은 줄줄이 취소됐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함께 일했던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을 내보냈다. A씨는 아내와 함께 운영하며 인건비를 줄여보려고 했지만 고정 지출이 많아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의 인근 상인들에게 A씨는 “버티기 힘들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A씨가 늘어난 빚에 힘겨워한다’는 얘기도 돌았다.
13일 대구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올해 1월 말 운영하던 음식점 매장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와 같은 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초 A씨 사건 이후 사정을 아는 상인들끼리 ‘코로나가 정말 여러 사람 인생을 망쳐놓는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한동안 비어 있던 A씨 가게 자리에는 최근 상주 직원이 없는 무인 인형뽑기 점포가 들어섰다. A씨 가게 바로 옆 치킨집도 올해 상반기 장사를 접었는데, 이곳엔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점이 문을 열었다. A씨와 인근 상인들이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가게에는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지 않은 무인 기계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 대표는 “거리두기 장기화로 600만명 자영업자와 그 고용인들이 만들어냈던 경제 생태계가 무너졌고 사람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고용 창출의 실핏줄 역할을 하던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졌을 때 이 상황이 과연 자영업자들만의 문제로 남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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