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윤희숙(사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결국 의원직을 내놓았다. 국회는 윤 의원 사직안을 사퇴 선언 19일 만에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윤 의원 사직안 처리로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에서 의혹이 불거진 여야 의원들을 겨냥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윤 의원 사직안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 총 투표수 223표 중 찬성 188표, 반대 23표, 기권 12표로 통과됐다. 윤 의원은 권익위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부친의 농지법 위반 및 세종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벌거벗고 조사를 받겠다”며 지난달 25일 의원직 사퇴 선언과 함께 사직안을 제출했다. 윤 의원 사직안 처리를 놓고 여당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윤 의원이 사퇴 의사를 꺾지 않으면서 결국 국회를 떠나게 됐다.
윤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국민의힘 의석수는 총 104석으로 줄었다. 본회의에서 의원 사직안이 가결된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18년 10월이다.
권익위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의혹을 소명한 6명은 징계에서 제외했지만, 나머지 6명은 징계를 결정했다.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은 제명하기로 했고, 강기윤 이주환 이철규 정찬민 최춘식 의원에게는 탈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 의원 제명안은 처리되지 않았고, 탈당을 요구받은 5명의 의원도 ‘버티기’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권익위가 부동산 관련 위법 소지 의원 12명을 발표하자, 민주당은 이들의 탈당을 권유했다. 이후 비례대표 의원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만 제명됐고 나머지는 당적을 유지했다.
여야가 요란하게 권익위에 부동산 전수조사를 의뢰했지만, 결국 윤 의원만 실질적인 책임을 진 셈이다. 윤 의원 사직안 처리를 계기로 부동산 관련 의혹이 불거진 다른 의원들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무경 의원 제명안은 의원총회를 통해 곧 처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민주당도 최근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협 의원에 대해 기소가 되면 징계 조치를 할 계획이다. 다만 여야 모두 탈당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의원들과 관련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윤 의원은 사직안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을 때 가장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 계산이나 음모의 일환으로 제 사퇴를 재단하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의원 사직안 통과에 여야 반응은 사뭇 달랐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수사기관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공인이자 사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윤 의원의 진심 어린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