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평소 스토킹하던 여성 등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25·사진)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김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세 모녀 살인이 계획적 범행이라고 봤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오권철) 심리로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에게 극형 외에는 다른 형을 고려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3월 23일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던 A씨 집에 찾아가 택배기사로 위장한 뒤 A씨 여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A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구형 이유로 범죄의 잔혹성, 재범 위험성 평가 결과 등을 언급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아 교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13점으로 ‘높음’ 판단을 받았다.
결심 공판까지 검찰과 김씨 측은 살인의 계획성 인정 여부를 두고 맞섰다. 검찰은 김씨가 A씨 주거지를 범행 장소로 삼은 것을 계획적 범행의 결정적 근거로 봤다. 검찰은 “범행을 계획할 때 가족들을 맞닥뜨리지 않는 선택지가 존재했고, 이들이 저항하면 범행이 어려울 것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주거 침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범행 직전 ‘경동맥’을 검색한 것도 계획 살인에 무게가 실린다고 봤다.
반면 김씨 측은 A씨 외 다른 가족에 대해서는 “반항을 저지하기 위한 우발적 살인”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A씨가 귀가할 때까지 제압만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침입 후 약 1시간이 지난 뒤 살해한 것도 우발적 범행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우발적 범행의 특징인 ‘주저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단순 범행 지연으로 보는 게 맞는다”고 반박했다.
구형 후 김씨는 “페이스실드(얼굴 투명 가림막)를 잠시 벗어도 되냐”고 재판부에 요청한 후 준비한 메모를 읽었다. 그는 “내 끔찍한 만행으로 숨진 고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1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2일에 열린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