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입국자들 “한국처럼 사랑 준 나라 없었다”

입력 2021-09-14 04:03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13일 자가격리를 마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처럼 사랑을 준 나라가 없었다”며 감사를 표하고 한국에 정착해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한국에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한국처럼 사랑을 준 나라가 없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들은 아이들 교육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라면서 한국에 정착해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밝혔다.

아프간인들은 13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우리를 초대하고 사랑을 베풀어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내 한국직업훈련원에서 교수로 근무했던 A씨는 “집과 삶을 포기하고 왔다. 아프간에서 대학 교수를 하면서 책도 쓰고 TV 인터뷰도 많이 했다. 아이들과 정착해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미군기지 내 한국병원에서 근무했던 B씨는 “한국 분들과 오래 일해 한국 언어와 음식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방재건팀에서 근무했던 C씨는 “아프간에 있을 때 농업과 병원 관련해 한국 분들에게 많이 배웠다”며 “앞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들은 특히 입국을 도운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김일응 공사참사관에게 “아버지처럼 도와주셨다”며 재차 감사를 표했다. 앞서 김 공사참사관은 아프간에서 긴급 철수할 때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현지인 직원들에게 약속했고, 이후 다시 아프간으로 들어간 뒤 카불 공항에서 재회한 현지 직원을 부둥켜안은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일부 아프간인들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현지 가족들과 연락이 닿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아프간에서 여성들에 대한 모든 자유가 금지됐고 의료 및 경제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전했다. 한 아프간인은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교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탈레반 정부 밑에서는 아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한국 생활을 하게 될 때 일자리와 교육, 거주지 문제가 제일 걱정된다고 했다. B씨는 “가장 큰 걱정은 교육적인 부분”이라며 “일자리와 교육 관련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으로는 ‘안전’을 언급했다.

지난달 말 한국에 입국했던 아프간인 390명은 지난 10일 자가격리에서 해제됐다. 입국자 중 60% 이상이 미성년자다. 자가격리를 마친 아이들은 이날 오전 인재개발원 잔디밭에서 축구 등 야외활동을 했다. 이들은 인재개발원에 10월말까지 머물고 이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총 5개월 동안 사회적응 교육을 받는다. 유복렬 법무부 국적·통합정책 단장은 “의사, 컴퓨터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아 한국 사회 적응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