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기도하며 만든 모노극 ‘쓰레기섬’ 무대에

입력 2021-09-14 03:05

쓰레기로 가득한 섬에 한 소녀가 눈을 뜬다.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 소녀의 아빠다. 그는 딸에게 자신이 찾으러 가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딘지 묻는다. 대화를 이어가려던 찰나 배터리 방전으로 전화가 끊긴다.

연극 ‘쓰레기섬’(사진)은 쓰레기섬에 표류한 한 소녀가 자신을 데리러 오겠다는 아빠를 기다리며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1인극인 모노드라마로 지난 7월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제작됐다. 최근엔 여성연극제 참가 작품으로 선정돼 오는 22일부터 2박3일간 서울 대학로 명작극장 무대에 선다.

쓰레기섬을 쓴 극단 ‘선물’의 최빛나(44) 작가는 “이 작품에서 말하는 쓰레기섬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말한다”며 “그 안의 쓰레기들은 수많은 의미가 있지만, 특히 우리가 살면서 갖는 생각들을 뜻한다. 처음엔 온전했던 생각들도 오해나 편견으로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는 쓰레기가 돼 버리는 것들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힘든 이 세상에서 돌아갈 집인 천국을 소망하며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담아냈다”고 덧붙였다.

쓰레기섬 연출은 최 작가의 남편인 유학승(52) 극단 선물 대표가 맡았다. 조연출은 최 작가의 큰딸인 유봄빛(14)양이, 극의 주인공은 둘째 딸인 유풀잎(12)양이 맡았다. 온 가족이 함께 만든 작품인 셈이다. 풀잎양은 연기경력 5년 차로 록 뮤지컬 ‘두 남자 이야기’, 뮤지컬 ‘유섬이’ ‘레미제라블 코제트 소녀이야기’ 등에 출연했다.

최 작가는 “극단을 만들 땐 서너 살이었던 딸들이 이제 10대가 돼서 함께 극단을 꾸려가고 있다”며 “종교적인 내용만 다루는 극단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로 선물과 같은 복음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만들어 잘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