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산업부 차관 ‘대선 이슈’ 발언 이후 국감 긴장하는 경제부처

입력 2021-09-13 04:06

다음 달 시작되는 국정감사는 대선 5개월 전에 치러진다. 그만큼 여야 모두 대선 후보 검증 이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말이면 정부 부처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여야의 격돌이 어느 때보다 심해진다. 더욱이 여당과 경제부처 맏형인 기획재정부 간 관계가 그리 순탄치 않다는 점에서 올 국감에서 부처의 긴장도는 확연히 높아질 전망이다.

우선 최근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대선 공약 의제 발굴을 지시한 일이 벌어지면서 경제 부처를 상대로 여야의 공세는 치열해질 조짐이다. 박 차관의 사례에서 보듯 혹시나 다른 부처도 보험 차원에서 은밀히 후보 공약 사업을 논의한 것이 밝혀지면 큰 논쟁에 휩싸일 수 있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위는 여야 외에 여·정 갈등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유력 여당 대선후보이자 평소 기재부에 쓴소리를 자주 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들이 기재위에 많이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기재위에는 당장 기재위원장인 윤후덕 의원이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상황실장 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우원식 의원은 선거대책위원장, 정성호 의원은 총괄특보단장, 박홍근 의원은 비서실장 등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공교롭게 최근 이 지사는 기재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 와 부처 구성원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역화폐 예산 삭감과 국민지원금 전 국민 지급 확대, 광역버스 준공영제 사업 합의 등 이슈를 놓고서다. 이 지사는 지난 10일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기재부가 예산 편성권을 가지고 너무 오만하고 강압적이고 지나치다. 각성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야당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말을 빌려 이 지사를 깎아내리려고 할 테고, 여당에서는 반대로 이 지사의 주장에 왜 따르지 않는지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부총리의 정무적인 답변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국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기재위는 이 지사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상임위도 아닐뿐더러, 설사 이 지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도 여당은 공격보다는 방어에만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