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를 지난달 11일 서울의 한 호텔 식당에서 만난 사실이 밝혀져 새로운 파문이 일고 있다. 만남의 성격이 어떤 것이었는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수상쩍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고 결과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사안이다.
당사자들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얘기를 전혀 나누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만난 시점이 조씨가 텔레그램 캡처 등을 인터넷매체에 제보한 7월 21일과 관련 보도가 나간 9월 2일 사이였다. 정치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고 제보자의 신상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의혹 제보와 관련해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조씨는 박 원장이 국민의당 지도부였던 2016년 같은 당 총선 공천관리위원이었고 박 원장이 2018년 안철수계와 결별하고 민주평화당으로 갈 때도 탈당해 합류했다. 이런 정치적 배경은 “전화도 하고, 종종 만나기도 하는 사이”라는 박 원장의 해명을 뒷받침하지만, 고발 사주 의혹 제보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혹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만남에 대해서는 우선 당사자들의 충분한 소명이 필요해 보인다. 저간에 두 사람이 만난 내역, 문자 등을 통한 접촉 내용 등을 소상히 밝히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국회 정보위 등을 통해 문제를 따지고 이런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나면 강제 수사까지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곁가지다. 하지만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연결될 수도 있어 고발 사주 의혹 이상으로 파장이 큰 중대 사안이다. 그런 만큼 신속하고 깔끔하게 의혹이 해소돼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말을 아껴야 하고 수사 당국은 두 의혹 모두에 엄정하고 중립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제1야당에서 ‘박지원 게이트’ 등의 용어를 써가며 공세를 펴고 있지만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정치 공작’ 운운하는 것은 비약이다. 여야 모두 과도한 정치 공세는 국민의 염증을 재발시켜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사설] 국정원장과 제보자의 만남, 엄중한 규명 필요하다
입력 2021-09-13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