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발 사주’ 수사 윤석열 피의자로 입건

입력 2021-09-11 04:05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총장 재직당시 검찰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윤 전 총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를 받고 있다고 공수처는 밝혔다. 윤 전 총장은 공수처 입건 조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입건하라 하십시오”라고 맞받아쳤다.

내년 대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 유력 대권 후보인 윤 전 총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되면서 대선 정국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야당 죽이기”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대검찰청도 진상조사를 수사·감찰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이 수사에 나설 경우 공수처와 대검이 동시에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을 어제(9일) 입건했다”며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라고 말했다. 그는 “입건자는 (윤 전 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2명으로 각각 4개 혐의가 적용돼 ‘공제 13호’로 입건한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오늘 압수수색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제 13호’는 공수처의 13번째 사건이라는 의미다.

앞서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이날 오전 피의자인 손 검사와 사건관계인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웅(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국회 의원회관 내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 의원은 사무실 밖에서 “적법하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웅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압수수색을 시작했다”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3층의 김웅 의원실에 검사와 수사관 6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 의원은 “적법하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웅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압수수색을 시작했다”면서 “불법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김웅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보여주기이자 망신주기”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압수수색에 참여한 공수처 검사·수사관 등 6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전 사건과 비교했을 때 수사 착수가 빨랐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라면 너무나도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인멸이나 훼손의 우려가 컸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게 아니라 실체적 사실관계를 신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라며 “법리와 증거를 검토해 죄가 안 되면 무혐의 처분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강력히 반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공수처 설치 이전부터 ‘공수처가 권력의 사냥개로 사용될 것이니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반복해 말했다”며 “아니나 다를까 그 일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윤 전 총장 입건에 대해 “가정과 추측에 근거한 속전속결 입건”이라고 규정한 뒤 “공수처를 앞세운 문재인 정권의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손재호 구승은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