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윤 전 총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를 받고 있다고 공수처는 밝혔다. 윤 전 총장은 공수처 입건 조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입건하라 하십시오”라고 맞받아쳤다.
내년 대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 유력 대권 후보인 윤 전 총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되면서 대선 정국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야당 죽이기”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대검찰청도 진상조사를 수사·감찰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이 수사에 나설 경우 공수처와 대검이 동시에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을 어제(9일) 입건했다”며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라고 말했다. 그는 “입건자는 (윤 전 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2명으로 각각 4개 혐의가 적용돼 ‘공제 13호’로 입건한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오늘 압수수색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제 13호’는 공수처의 13번째 사건이라는 의미다.
앞서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이날 오전 피의자인 손 검사와 사건관계인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3층의 김웅 의원실에 검사와 수사관 6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 의원은 “적법하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웅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압수수색을 시작했다”면서 “불법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김웅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보여주기이자 망신주기”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압수수색에 참여한 공수처 검사·수사관 등 6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전 사건과 비교했을 때 수사 착수가 빨랐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라면 너무나도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인멸이나 훼손의 우려가 컸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게 아니라 실체적 사실관계를 신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라며 “법리와 증거를 검토해 죄가 안 되면 무혐의 처분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강력히 반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공수처 설치 이전부터 ‘공수처가 권력의 사냥개로 사용될 것이니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반복해 말했다”며 “아니나 다를까 그 일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윤 전 총장 입건에 대해 “가정과 추측에 근거한 속전속결 입건”이라고 규정한 뒤 “공수처를 앞세운 문재인 정권의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손재호 구승은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