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근 검사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손 검사를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 의원은 참고인 신분이다. 공수처가 지난 6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신속하게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잘한 일이다. 검찰이 야당과 결탁해 정치 수사에 나섰다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다. 반대로 야당 대선 후보를 흔들려는 선거공작 차원에서 제기된 의혹이라면 이 역시 좌시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신속한 수사로 의혹을 규명하는 일이 시급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압수수색에 대해 “심각한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했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공수처를 ‘집권세력의 호위무사’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야당이 그렇게 반응할 일은 아니다. 자당 대선 주자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야당부터 오히려 신속한 수사로 윤 전 총장의 연루 여부를 속히 가려 달라고 했어야 옳다. 윤 전 총장도 지난 8일 의혹이 제기된 고발장을 괴문서라고 하면서 본인부터 진위를 가리기 위해 국회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김 의원 해명이 오락가락하면서 수사를 하지 않고선 이번 일이 미궁에 빠질 개연성도 높았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수사에 반발하지 말고 오히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자당 인사들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독려하기 바란다.
공수처는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신속히 진실을 규명해야 함은 물론, 결과도 빨리 내놓아야 한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시간끌기 수사를 할 경우 야당 후보 흠집내기 차원의 수사임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또 수사 결과에 따라 대선판이 요동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중립적이고 엄정한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여든, 야든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김 의원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유감스럽다. 적법하지 않은 수사나 과잉수사는 정치적 시비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재발되지 않도록 극구 경계해야 할 것이다.
[사설] ‘고발 사주’ 공수처 수사, 결과도 빨리 내야
입력 2021-09-1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