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을 맞아 9일 0시부터 심야 열병식을 진행했다. 대외 메시지와 전략무기를 생략하는 등 북한이 체제 결속에 방점을 둔 내부 행사를 치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은 “공화국 창건 73돌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며 “9월 9일 0시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김정은 동지께서 열병광장 주석단에 나오셨다”고 보도했다.
1시간가량 짧게 소규모로 치러진 이번 열병식은 정규군이 아닌 한국의 예비군격인 노농적위군과 경찰격인 사회안전군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사열도 군이 아닌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최신 전략무기는 등장하지 않았고 오토바이, 122㎜ 방사포와 불새 대전차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실은 트랙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는 메시지도 없었다. 연설자로 나선 리일환 당 비서는 “우리 국가와 인민은 어제 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현 난국을 타개할 것”이며 “공화국 정부는 자력자강의 원칙에서 모든 것을 우리 힘으로, 우리 식대로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병식 규모와 동원된 무기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대외 무력 과시보다는 내부 체제 결속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주년(5년, 10년 단위)이 아닌 데다 준비 기간도 길지 않았던 만큼 방역 장기화와 홍수 피해, 경제난 등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는 게 시급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살이 부쩍 빠진 모습으로 열병식에 나타난 회색 양복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은 활짝 웃으며 건강에 이상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부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몸무게가 140㎏대까지 늘었다가 최근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7월 국회 정보위에서 “(김 위원장이) 체중을 10~20㎏ 감량했고, 건강에는 전혀 문제 없다”고 보고했다.
이번 열병식에선 군 간부의 서열 변화도 눈에 띄었다. 조선중앙통신은 군 간부를 호명할 때 리영길 국방상을 림광일 군 총참모장보다 앞세웠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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