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핵심 의혹은 규명 못했다… 경찰 ‘가짜 수산업자’ 사건 송치

입력 2021-09-10 04:03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의 정관계 금품 로비 의혹을 5개월 넘게 수사해온 경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이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부부장 검사로 강등) 등 유력인사 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대가성 의혹은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금품 제공 관련 경위가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검사의 휴대전화는 확보하지도 못하는 등 로비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9일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박 전 특검 등 6명과 금품 공여자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과 이 검사를 비롯해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전 TV조선 앵커와 정모 기자, 이모 종합일간지 기자 등이다. 경찰은 116억원대 선동오징어(배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업 사기 혐의로 김씨를 구속 송치하기 전날 “공직자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포렌식한 김씨 휴대전화를 통해 이 검사의 혐의 대부분을 입증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대가성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 검사가 쓰던 핸드폰 2대 모두에서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 검사는 경찰 수사를 받기 전 기존 휴대전화를 교체했고, 압수수색 직전에는 새 휴대전화마저 초기화해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이 검사로부터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이유 등의 진술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김씨가 제공했다고 진술한 고가 시계의 전달 경위는 이번 경찰 수사로 밝혀지지 못했다.

경찰은 이모 기자를 제외한 이들 대다수가 의혹을 부인했음에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대부분 인정된다고 봤다. 김씨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포함해 선물 판매처, 입금 명세, 차량 출입기록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12월 김씨에게 포르쉐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위원은 골프채 풀세트와 수산물 수수, 정 기자는 건국대 대학원 등록금 일부를 대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기자에게는 수입차량 무상 대여 혐의가 적용됐다. 차량 무상 대여와 풀빌라 접대 혐의를 받는 엄 전 앵커의 경우 성매매 행위는 직접 증거가 없어 제외됐다. 대부분 언론 보도로 밝혀진 혐의들이다.

경찰은 의혹이 제기된 배모 총경(전 포항 남부경찰서장)은 불송치했다. 김씨를 알고 지낸 기간이 한달 남짓이고, 수수한 물품 가액이 ‘1회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인 청탁금지법 위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다. 수산업자 김씨가 포항 남부경찰서에 접수한 고소장과 관련해서는 대가성에 대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배 총경은 경찰 내부 감찰을 거쳐 과태료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주호영 의원에 대해서는 물품 가액이 위반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했다. 벤츠 차량을 무상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무성 전 의원에 대해서는 입건 전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 김 전 의원도 입건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박장군 박민지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