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자영업자 “규제 없애라” 차량 시위 확산세

입력 2021-09-10 04:06
부산 지역 자영업자들이 8일 밤 부산진구 시민공원에서 차량 시위에 나서자 경찰이 단속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자 ‘장사를 접고’ 집단행동에 나서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자영업자 차량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선 정부 조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영업자들의 차량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 7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항의해 서울에서 700여대 차량이 시위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8일 밤 전국 9개 시·도에서 동시다발적인 차량 시위가 진행됐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서울·경기에서만 4000여대가, 인천 충북 대전 경남 부산 전북 광주 강원도 등 8개 시·도를 포함하면 5000여대가 참여했다. 비대위는 9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1년6개월간 집합금지, 집합제한 등 자영업자만 때려잡는 방역정책을 일관했다”며 “뭉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우리를 가벼이 여기는 그대들(정부)에게 생존을 위해서는 기꺼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올바른 위드코로나 정책 수립 전까지 현재 자영업종에만 규제 일변도인 모든 행정규제를 당장 철폐하고, 시설중심이 아닌 개인 방역 중심의 위드코로나 정책 수립에 자영업종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지난 1년6개월 동안 약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다. 또 45만3000개 매장이 폐업했다.

비대위 소속 조지현 전국공간대여업협회장은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연합으로 모여본 건 처음”이라며 “초창기에는 업종별 견해 차이가 있어서 한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상황이 극에 달하면서 죽고 살고의 문제가 됐다. 앞으로도 계속 연합된 행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자영업자들의 방역 지침을 어긴 불법집회로 판단하고 단속에 나서면서 차량 시위가 벌어진 곳곳에서 양측 간 충돌도 벌어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앞서 지난 7월 시위를 주도한 김기홍 비대위 대표를 감염병예방법과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차량 시위를 마냥 ‘불법집회’로 규정해 단속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태원의 김남석 변호사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의사표명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한다고 하면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모이는 걸 막는 게 맞지만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하느냐의 문제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