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네이버가 여당과 금융 당국발 규제 리스크로 이틀 연속 주가가 급락했다. 금융 당국은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하면서 빅테크 플랫폼에 대해 더 이상 예외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9일 카카오 주가는 전날보다 7.22% 급락한 12만8500원, 네이버는 2.56% 하락한 39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카카오와 네이버 시가총액은 2거래일 동안 각각 11조3400억원, 7조4740억원 증발됐다.
이에 빅테크 대장주인 두 종목을 적극 매수하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1월 4일)부터 이날까지 개인은 카카오 주식을 2조7100억원 가량, 네이버를 1조1300억원 정도 순매수했다. 이를 합하면 4조원에 가까운데, 이는 지난해 두 종목의 순매수 총액(카카오 1조2170억원, 네이버 2조520억원)을 넘은 수치다.
그러나 카카오, 네이버 주가 급락에도 개인의 순매수 행렬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날 코스피에서 개인 순매수 1·2위는 카카오, 네이버였고, 이날도 1위 카카오, 3위 네이버였다.
반면 외국인은 8~9일 카카오와 네이버를 6080억원, 2880억원 팔아치우며 코스피 종목 중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기관도 각각 2520억원, 2040억원 팔았다.
이날 네이버, 카카오를 포함한 시총 상위 종목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3% 급락한 3114.70에 마감했다. 삼성전자(-1.31%), SK하이닉스(-2.83%), 삼성바이오로직스(-1.93%) 등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도 빅테크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규제가 네이버, 카카오의 단기적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정부 규제 의지로 핀테크 사업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규제 강화가 빅테크의 성장성 자체를 위협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위는 빅테크 플랫폼의 금융 상품 비교 서비스에 시정을 요구한 데 이어 이날도 규제 강화 방침을 강조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 이후 “(빅테크에 대한) 동일 기능·동일 규제는 여러 차례 이야기했고, 그 원칙을 앞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에 혁신을 명분으로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느슨했던 부분이 있다면, 이를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이날 관련 브리핑에선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전인 2월부터 (핀테크 업체에게) 금융 상품 중개 행위 등 관련 내용을 안내했고, 6월에는 플랫폼 업체 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설명을 했다”며 “동일 기능·동일 규제라는 원칙을 계속 유지해왔고 (비교 서비스 시정 조치 등이) 갑작스러운 결정은 전혀 아니다”고 했다.
조민아 김지훈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