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희소금속 비축 확대책에 최소 수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정작 이를 실행할 공기업은 수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재원 마련 방안을 포함해 세부 계획 없이 정부가 졸속으로 대책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5일 희토류를 비롯한 희소금속의 공급망 강화의 일환으로 희소금속의 비축 체계를 개편하는 ‘희소금속산업 발전대책 2.0’을 발표했다. 희소금속이란 전기차, 이차전지, 태양광패널 등 한국의 미래 먹거리나 탄소 중립과 관련이 깊은 제품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소재다. 올해 들어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이 희토류 등 공급망을 재검토하는 등 이런 핵심소재에 대한 자국 우선주의 조류가 강해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도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 대책은 현재 조달청과 광물자원공사로 이원화돼있는 희소금속의 비축·관리 업무를 광물공사로 일원화하고, 희소금속 비축일수도 현재 평균 56.8일에서 100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이 대책 발표 이후 직접 지난달 중순 전북 군산에 있는 희소금속 비축기지를 현장 점검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장 실탄이 문제다. 정부 구상대로면 우선 광물공사가 조달청이 보유한 희소금속 9종을 취득가를 주고 이관받아야 하고, 비축 기간이 길어지는 데 따른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광물공사가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조달청이 보유한 희소금속 9종의 취득가는 지난해 말 기준 827억원에 달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희소금속 비축일수를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8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6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결산 기준 광물공사의 부채는 이미 6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지난해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광물공사가 올해 내야 할 금융부채만 1조5000억원이 넘는다. 비록 10일 광물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이 통합해 광해광업공단으로 탈바꿈하고 정부가 1조원의 출자금을 지원하지만 막대한 부채는 그대로 승계된다. 국회예정처도 “광해광업공단이 설립 이후 공단 자체 수입 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광물공사로부터 승계될 금융부채를 정부 지원 수입만으로 상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광해광업공단이 출범하더라도 당장 빚 갚는 데에 1조원대 돈이 드는데 희소금속 비축에 수억원씩 투자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양 의원은 9일 “세계적 산업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희소금속 비축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실행할 공기업의 부채 문제 해결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희소금속 비축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이라며 “정부 예산 출자 규모에 맞춰 목표량을 비축해가는 구조라 광물공사가 빚을 내가며 비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11월쯤 세부 이관계획과 금속 종류별 비축 목표량을 담은 종합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세종=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