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려는 애플의 야망이 흔들리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은 지지부진한 데다 애플카 프로젝트를 이끌던 핵심 임원이 자동차 업체 포드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포드는 지난 7일(현지시간) 애플에서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SPG)’을 이끌던 더그 필드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필드 부사장은 포드에서 최고 첨단 기술 및 임베디드 시스템 책임자를 맡는다. 그는 SPG에서 애플카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인물로 꼽힌다.
애플은 그동안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 분야를 개발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하지만 애플은 2014년부터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동차 개발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냐 자율주행차냐 방향을 두고 혼선을 빚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팀을 해체하거나 인력을 조정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러다 2018년 필드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전기차를 개발하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드 부사장은 애플에 합류하기 전에 테슬라에서 모델3 생산 전반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필드 부사장의 갑작스런 이탈이 애플카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동차에 대한 애플의 야망이 잠재적으로 종말을 맞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이르면 2024년 애플카 출시를 목표로 완성차 업체들과 생산 협력을 타진 중이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해 애플의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올해 초 현대차를 시작으로 일본 닛산, 도요타 등과 접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최근 일본 업체를 잇달아 만났고, 한국도 방문해 SK, LG 등과 배터리 공급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완성차 업체 대신 전 세계 자동차 부품 업계 3위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올해 3월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최고경영자는 “애플을 위해 차량을 만들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미에 제조공장을 증설할 의향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과 오랜기간 협력 관계를 맺어온 LG가 마그나와 함께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여러 난관에 봉착했지만, 애플이 결국 자동차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히 우세하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카티 허버티는 “자동차는 차세대 모바일 기기이며, 애플은 이 부분에 수년째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중심이 되는 시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음은 자동차라는 주장이다.
허버티는 애플이 자동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방향으로 전기차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모든 기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