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읍 지역 고교 증원 허용… 발칵 뒤집힌 면 소재 고교들

입력 2021-09-10 04:07
전북도교육청이 5개 군내 읍 지역 고교의 학생 증원을 갑자기 허용해 면지역 고교들이 발칵 뒤집혔다. 대상 지역 시골학교들은 “가뜩이나 학생 충원이 어려운데, 이런 상황이라면 조만간 면 소재지 학교는 사라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8일 각 고교에 ‘2022학년도 고등학교 학급 수 및 학급당 학생 수 배정내역 통지’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진안과 무주, 장수, 임실, 순창 등 5개 군 읍 지역에 있는 6개 인문계 고교의 학급당 학생 정원이 기존 20명에서 22명으로 2명씩 늘어났다. 대상 학교는 진안제일고(2학급)를 비롯 무주고(4), 장수고(3), 임실고(3), 순창 제일고(4), 순창고(5) 등이다.

이로써 순창고가 내년도 신입생을 최대 10명까지 더 선발할 수 있는 등 6개 학교에서 전체 42명의 학생을 더 뽑을 수 있게 됐다.

공문을 통해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해당 지역 면 소재 10여개 고교 교직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학교들은 “그동안 이와 관련한 상의가 전혀 없었다. 시골 학교들의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날벼락 같은 조치”라며 도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이번 결정의 배경을 따지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학교 교장들은 서로 긴급 연락을 통해 “면 소재 학교의 경우 학생 한 두 명이 아쉽고 그 한 두명이 한 학교의 존립 근거도 되기도 하는데 이번 조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모으고 대책 논의를 하고 있다. 한 교장은 “읍 지역 우선의 학생 충원이 계속되면 면 소재지 학교는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그동안 김승환 교육감이 추구해 온 ‘소규모학교 존치’와도 대립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9일 “읍 지역 고교의 정원 수를 늘려 달라는 학부모들의 민원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진안읍과 순창읍 지역의 중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고교 학생 증원 요인이 있었다”며 “현지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