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원지는 美” 친중 성향 가짜뉴스 계정, 한국도 노렸다

입력 2021-09-10 04:04

“미국의 포트 데트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였다.”

미국의 생화학 무기를 연구·생산하는 군사기지가 코로나19의 기원이었다는 이 문구는 소셜 네트워크인 ‘라이브저널’ 계정으로 퍼졌다. 러시아어로 쓰인 이 문구는 즉각 또 다른 여러 계정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작성돼 퍼져 나갔다.

러시아에서 인기 있는 SNS인 브콘탁테 등에서도 코로나19가 중국보다 미국에서 먼저 나타났고, 미군에 의해 개발됐다는 주장이 수백 개 계정을 통해 퍼뜨려졌다. 이 같은 가짜뉴스는 러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세계 주요국 언어로도 작성됐다.

한국도 작전 대상이었다. 가짜뉴스 계정은 한국어로 ‘닥쳐,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를 만들지 마’라고 쓰인 홍보물을 퍼뜨렸다. 해당 홍보물에는 ‘전염병에 반대하는 오명으로 아시아계가 피해를 입은 정의대모임’이라는 어색하게 번역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코로나19가 아시아에서 기원됐다는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 이 홍보물은 일본어 등 다른 언어로도 작성됐다.

미국의 사이버보안업체 맨디언트는 “중국 정부와 연계된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이 코로나19 중국 기원설과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항의하는 시위 참여를 선동하기 위해 동원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번 가짜 계정 배후를 ‘친중국 온라인 영향력 강화 캠페인’이라고 불렀다.

이번 작전에는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비메오, 틱톡, 라이브저널, 브콘탁텍 등 최소 7개 언어로 된 수십개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웹사이트가 동원됐다. 사용된 가짜 계정은 수천개에 달한다.

CNN은 “이번 작전은 코로나19 전염병에 대한 분열을 악용하고, 미국에서 시위대를 동원하기 위한 목표였다”고 보도했다.

가짜 계정은 미국인들을 상대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거리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구진이 추적한 계정에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4월 24일 뉴욕에서 열리는 집회에 나가 코로나19가 중국의 실험실에서 고의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가설에 맞서 싸우라”고 부추기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들 세력은 또 코로나19가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주장과 미국에서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가짜 뉴스도 퍼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CNN은 가짜 계정이 미국의 분열을 노린 것이라고 봤다.

연구진은 이번 계정이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벌인 가짜뉴스 선동 계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방해하려 했던 세력이 그 작전 대상을 다른 국가로까지 확대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작전이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튜브는 이번 작전과 관련된 계정 1000개 채널을 삭제했는데, 대부분 가짜 뉴스를 통해 중국을 홍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통신은 “연구원들이 베이징의 특정 세력이나 동맹이 관여했다는 증거는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많은 게시물은 중국 국영언론 주장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중국) 정부 기관을 직접 통해서든 아니면 제3의 업체를 통해서든 정부 후원자가 지원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