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을 매우 좋아하면서도 돈을 주고 꿀을 구입하는 일에는 매번 마음이 복잡해진다. 동물을 착취하는 모든 행동에 어떻게든 가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는 것이다. 친구가 토종벌의 개체 수 안정화를 위한 토종벌꿀 판매 프로젝트를 내게 소개했을 때에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혹시 이것도 착취가 아닐까?’
한국 토종벌의 멸종 위기, 거기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시작과 진행 과정을 뒤이어 전해 들으면서 나는 비건 지향의 삶을 선택하고 나서 한동안 인간의 한쪽 면만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똑똑해지려고만 하느라 되레 멍청해져서 파괴할 줄밖에 모르는 동물이 인간이라는 그런 생각에만 빠져 살다가, 앗! 인간은 그 반대의 일도 할 수 있었지 하는 새삼스러운 상기가 된 것이다.
인간은 별수 없이 개입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착취를 위해서든, 보호를 위해서든. 어느 쪽으로든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개입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영 그렇게 되지 않는다. 얼결에 뭍으로 밀려온 물살이 생물을 다시 바다 쪽으로 밀어주는 사람들, 다친 동물을 치료하고 그 짧은 순간의 정을 끊는 일에 슬퍼하며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는 사람들, 길 위에서 사는 생명의 복지를 위해 길고양이 TNR(포획해 중성화수술 후 방사)을 시행하는 사람들, 나도 그 사람들과 같은 개입의 욕구를 느낀다.
그 프로젝트는 거의 전멸 직전인 토종벌의 개체 수를 5년 안에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토종벌을 따라 양봉농가도 오직 한곳에 머물며 그 지역의 생태 전반을 가꾸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이 개입을 응원하기로 했다. 벌은 춤을 춘다. 꿀을 발견하고 위치를 알릴 때, 벌은 춤을 추며 말한다. 그렇게 꿀을 채집하며 옮기는 꽃가루 덕에 내가 먹는 과일과 채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춤을 추어야 할까.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