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과서 ‘종군위안부’ 표기 ‘위안부’로 고친다

입력 2021-09-09 04:05
사진=연합뉴스

일본 교과서에서 군이 강제로 데려갔다는 의미를 담은 ‘종군위안부’라는 표현 등이 사라진다. 일본 정부가 ‘종군위안부’보다 ‘위안부’가 적절하다는 공식 견해를 채택한 지 5개월 만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8일 일제 강점기 위안부과 징용에 관해 기술한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와 ‘강제연행’ 표현을 삭제하거나 변경하겠다며 출판사 5곳이 제출한 수정 신청을 승인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27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종군위안부’라는 용어가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위안부’라고만 쓰는 게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확정했다.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해외로 데려가 노역을 시킨 데 대해서도 ‘강제연행’으로 일괄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바바 노부유키 일본유신회 중의원 의원은 군에 강제 연행됐다는 뜻을 내포했다며 ‘종군위안부’나 ‘이른바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답변서는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이다.

바바 의원이 지적한 두 표현은 1993년 8월 4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공식 문서 ‘고노담화’에도 쓰였다. 위안부 동원에 대해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고노담화는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며 일본군의 책임을 인정했다.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등 일본 우익 진영은 일부 교과서에 쓰인 ‘종군위안부’ 표현을 삭제할 것을 정부에 촉구해왔다. 위안부 모집과 관련해 일본군이 간여했다거나 강제성이 있었다는 인상을 축소하려는 목적이었다.

일본 교과서 검정 기준은 각의 결정으로 표명된 정부의 견해를 토대로 해당 내용을 기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바바 의원 질의에 정부가 답하는 형식으로 공식 견해가 채택된 만큼 출판업계가 따르게 된 것이다.

문부성은 지난 6월 18일 교과서를 만드는 약 20개 업체의 편집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검정 교과서 기술 정정에 관한 온라인 설명회를 열어 출판업계를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문부성은 ‘종군위안부’ 표현과 관련해 정정 권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발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정부가 권고를 통해 바꾸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한 출판사 집필자는 “권고가 내려지면 (정부의) ‘권고를 받은 교과서’로 낙인 찍혀 교과서 채택에 불리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번에 ‘종군위안부’ ‘강제연행’ 표현 삭제·변경을 신청한 출판사는 야마카와출판, 도쿄서적, 짓쿄출판, 시미즈서원, 데이코쿠서원이다. 해당 교과서는 중학사회 1점, 고교 지리역사 26점, 공민 2점 등 29점이다.

이들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 표현은 대부분 ‘위안부’로 바뀐 상태다. 야마카와출판은 자사 교과서 ‘중학역사 일본과 세계’에 등장했던 ‘이른바 종군위안부’ 부분을 아예 들어냈다. 시미즈서원은 해당 기술을 유지하되 현재 일본 정부가 ‘위안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음을 주석으로 설명했다. 일제 노무 동원과 관련된 ‘강제연행’이나 ‘강제적 연행’이라는 서술은 ‘연행’이라는 표현을 빼고 ‘강제적 동원’이나 ‘징용’으로 바꿨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