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기억 안 나” 반복한 김웅… 공은 검찰로

입력 2021-09-09 00:05

대선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은 폭로 일주일이 지났지만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전달됐다는 고발장의 작성 주체, 텔레그램 메신저에 드러난 ‘손준성 보냄’의 진위 여부, 제보자의 실체와 배후 등 핵심 쟁점이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정치적 공방만 가열되고 있다.

사건의 ‘키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 해소에 나섰지만 주요 쟁점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반복한 채 공을 검찰로 떠넘겼다. 결국 사건의 실체는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김 의원이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고발장 자료는 공개됐지만 정작 누가 작성했는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과 관련해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와 일부언론 인터뷰에서는 “내가 썼다”고 했다가 다른 인터뷰에서는 “고발장을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내가 고발장을 작성하지 않았다”며 “A4용지 한 장짜리 수기 메모를 건넨 것”이라고 했다.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도 지난 6일 입장문에서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 의원에게 넘겼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또 다른 쟁점은 고발장 최초 발신지가 검찰인지 여부다. 이는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라며 공개한 파일에 명시된 ‘손준성 보냄’의 실체 규명과 관련돼 있다. 여권은 텔레그램 특성상 여러 전달 루트를 거쳐도 최초 파일 전달자 이름이 채팅방에 뜬다는 점을 근거로 의혹의 시작점이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손 검사는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김 의원은 ‘손준성 보냄’ 문구가 붙은 자료 관련 기억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 생성과 관련해서는 조작됐을 가능성을 포함해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어 실체 규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건의 핵심 고리인 제보자와 배후세력 존재 여부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 의원은 제보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제보 경위에 특정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익제보자 신분이라 말할 수는 없는데, 그분이 누군지 밝혀지면 제 얘기의 진위 여부와 제보 경위가 밝혀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관계 규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사건의 불똥이 튄 유승민 전 의원 측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악재가 겹치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불미스러운 일에 관여된 책임을 지겠다”며 유 전 의원 캠프 대변인을 사퇴했다.

여당은 윤 전 총장을 겨냥해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검찰’의 정치공작 행태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이 정치에 개입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서초동에서 불법정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백상진 강보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