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의 술’로 꼽히는 막걸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막걸리 원료인 쌀 가격이 지난해 흉작으로 큰 폭으로 뛰었고, 주세법 개정으로 물가 수준에 따라 세금도 동반 상승한 영향으로 보인다.
8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막걸리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1% 상승했다. 이는 1998년 12월(18.3%) 이후 23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막걸리 가격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줄곧 1%대 상승률을 유지했지만, 지난 4월부터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주류와 비교했을 때도 크게 두드러지는 수치다. 모든 주종을 합한 전체 주류의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소주(0.9%), 과실주(-0.6%), 맥주(0.6%), 양주(1.2%), 약주(0.5%)와 비교했을 때도 물가 상승률이 크게 차이난다.
통계청은 막걸리 가격이 크게 오른 주원인이 쌀값 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지난달 쌀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7% 올랐으며,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쌀 가격 상승은 막걸리뿐 아니라 떡 등의 가격 상승에도 줄줄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떡값은 지난 4월(4.0%), 5월(4.7%), 6월(4.8%), 7월(5.4%)에 이어 지난달에는 5.8% 올랐다. 이는 2019년 11월(6.5%)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즉석밥 등이 포함되는 즉석식품 역시 지난달 2.8% 올랐다.
막걸리·맥주의 주세 체계가 가격 기준의 종가세에서 무게에 따른 종량세로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에 대한 과세체계 변화는 지난해부터 전환됐는데, 물가에 연동한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은 지난 3월부터 시행됐다.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반출 또는 수입 신고하는 맥주와 막걸리에 대해서는 각각 1ℓ당 834.4원, 41.9원의 세율이 적용된다. 지난해 세율보다 각각 4.1원, 0.2원 오른 것으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0.5%가 반영됐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