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갑 착용에서 비롯된 인권침해 요소를 인정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그동안 경찰은 피의자를 호송할 때 의무적으로 수갑을 채우고 포승했지만, 앞으로는 담당 경찰관이 포박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경찰청이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을 지난 7월 개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나왔던 인권위 권고에 따른 조치다.
앞서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목사가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지난해 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상황을 문제 삼았다. 도주 우려가 없음에도 심사 이후 경찰이 수갑을 채워 유치장으로 호송한 것은 인권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당시 관련 규칙 제50조 1항은 호송대상자를 반드시 포박하도록 규정하고 포박 대상이 아닌 자는 예외규정으로 뒀는데 인권위는 이를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본 것이다. 인권위는 “피의자 호송 시 도주나 폭력 등 저항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에게 수갑을 채우도록 한 규정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관련 규정 개정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경찰청도 해당 관행이 상위 법령의 한계를 위반했다고 인정했다. 개정 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를 호송할 때 의무적으로 수갑·포승하지 않고 경찰관 판단에 따라 예외적으로 사용한다.
경찰의 수갑 착용 관행은 지속해서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인권위는 경찰의 ‘뒷수갑’ 관행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5월 발달장애인 고모(23)씨의 혼잣말을 오해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고씨가 현장에서 횡설수설하자 경찰은 뒷수갑을 채워 체포했다. 이후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뒷수갑은 도주 및 자살 우려 등을 고려해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돼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앞수갑을 채운다. 앞서 인권위는 법무부에도 수갑 관행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A씨는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수갑을 풀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당했다며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지난 6월 강력범죄 피의자일지라도 수갑·포승은 예외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며 관련 지침 개정을 권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